거미류에서 두 번째로 독이 강한 브라질방랑거미(Brazilian wandering spider)가 발기부전 치료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내년 4월 경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도 나올 전망이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연방대학교(FUMG) 연구팀은 브라질방랑거미 독이 남성 발기부전에 유의미한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동물실험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브라질방랑거미는 물릴 경우 통증과 함께 4~5시간 남성의 강제 발기가 나타난다. 결국 해면체를 망가뜨려 생식기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힌다. 방울뱀보다 독이 센 검은과부거미도 같은 현상을 야기하는데, 학자들은 이들 거미의 독을 이용한 발기부전 실험을 오래 계속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바나나 잎에 잘 붙어 바나나거미로도 불리는 브라질방랑거미. 방울뱀보다 센 독으로 유명한 검은과부거미보다 20배 강한 독을 가졌다. <사진=MyWildBackyar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IS is the Spider Bite to Worry About - The Brazilian Wandering Spider' 캡처>

FUMG 연구팀은 브라질방랑거미의 독 중에서 발기부전 유효 성분을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관계자는 "젤 형태로 만든 브라질방랑거미 독의 발기 성분 'BZ371A'를 수컷 쥐의 사타구니에 바르자 발기 지속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BZ371A'가 체내에 주입되면 일산화질소를 방출한다. 이 때문에 평활근이 이완되면서 혈관이 팽창하는 것"이라며 "'BZ371A'는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지우스가 올해 초 제2상 임상시험을 통과한 바 있어 조만간 인간에 대한 시험을 통해 그 안전성을 확인할 단계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BZ371A' 젤이 부작용이 없었고 늙은 쥐나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쥐에서도 유효한 점에 주목했다. 실험 관계자는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약 30%이고, 심장 혈관이나 간에 문제가 있다면 복용할 수 없다"며 "'BZ371A'는 이들 약물과 작용 메커니즘이 달라 심장병이 있어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방랑거미 독을 활용한 발기부전 치료제 개발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사진=MyWildBackyar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IS is the Spider Bite to Worry About - The Brazilian Wandering Spider' 캡처>

바이오지우스는 FUMG 연구팀 실험에 공동 참여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BZ371A'의 제2상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내년 4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검은과부거미보다 20배 강한 독을 지닌 브라질방랑거미는 몸길이 5~8㎝이며 체내에 8~10mg의 독을 지닌다. 독 0.1mg 만으로 치명적이어서 한 마리가 사람 100명을 죽일 수도 있다.

이 거미에 물리면 빈맥, 부정맥, 경련이 일어나고 근육이 마비돼 호흡부전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른다.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여섯눈모래거미의 독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브라질방랑거미는 지구상 최강의 독을 자랑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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