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가 동서로 길게 뻗은 구조라는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천문학자들은 궁수자리 A*의 기존 관측 정보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 전파천문학자 미요시 마코토 조교 연구팀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거대 블랙홀을 추적하는 국제 연계 활동인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가 얻은 궁수자리 A*의 관측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재해석해 동서로 뻗은 새 구조를 파악했다.
미요시 조교는 "궁수자리 A*의 동쪽(왼쪽)이 밝고 서쪽(오른쪽)이 어두운 것은 동쪽이 지구에 다가가는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며 "EHT의 블랙홀 관측 정보를 다른 시점으로 고찰한 이번 연구는 학자들이 논의를 거듭해 가설을 검증하며 정확도를 높이는 과학 연구의 정도에 입각했다"고 설명했다.

지구와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는 태양 같은 항성이 1000억 개 넘게 모인 광활한 천체다. 이런 은하는 우주에 무수히 존재하고 대부분 그 중심에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나 되는 블랙홀이 활동한다고 여겨진다.
미요시 조교는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같은 블랙홀은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삼켜버리기 때문에 그 자체를 볼 수 없다"며 "주위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별의 움직임을 분석함으로써 궁수자리 A*의 정체가 태양의 약 400만 배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임을 알 수 있다. 블랙홀 주위를 자세히 관측하면 보이지 않는 성질들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HT는 2017년 지구상의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한 전파간섭계를 구성해 궁수자리 A*를 관측했고 그 해석 결과를 2022년 발표했다. 인류가 이미지를 뽑아낸 첫 블랙홀로 커다란 관심을 모은 궁수자리 A*는 중심부의 어두운 영역과 희부윰한 가장자리 등 도넛 모양이었다.

미요시 조교는 "서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EHT의 관측 방식은 데이터의 연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EHT의 관측 정보에 새 해석을 결합했다"며 "이렇게 얻은 새 궁수자리 A* 이미지는 동쪽이 서쪽에 비해 밝은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이 블랙홀을 둘러싼 강착원반의 회전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미요시 조교는 "지구 크기로 가상의 망원경을 활용하는 전파간섭계는 획기적이지만 한창 발전 중인 불완전한 기술이기도 하다"며 "이미지를 얻기 위한 데이터 해석 방법도 여러 가지이고 우리 결론이 100%라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자들의 자유로운 검증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귀중한 관측 정보를 오픈 소스로 제공하는 점에서 EHT는 블랙홀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향후 더 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은하 중심부 블랙홀 궁수자리 A*의 확실한 형태를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