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년 화석인류가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는 화산암 도구가 발굴됐다. 동그란 형태의 화산암은 화산 폭발로 자연 형성됐지만 호모 에렉투스 등 인류의 조상은 이를 목적에 맞게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중앙아시아극동연구소(ISMEO)는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100만 년 전 화석인류가 자연 발생한 물건을 도구로 이용한 흔적들을 소개했다.
ISMEO 연구팀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구형 화산암을 에티오피아 멜카 쿤투레 유적에서 발견, 조사해 왔다. 그 결과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하이델베르크인)가 가공한 흔적을 여럿 파악했다.

분석에 참여한 ISMEO 고고학자 마르게리타 무시 박사는 "화산암들은 각각 연대가 170만 년과 60만 년 전인 곰보레 IB(Gombore IB)와 가르바 I(Garba I) 등 여러 유적에서 발견됐다"며 "하이델베르크인을 비롯해 호모 에렉투스의 부류인 자바원인이 이 화산암을 다듬거나 깨 실생활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유적에는 석기 제작기술로 널리 알려진 아슐리안 문화(Acheulean culture)의 도구가 다수 포함됐다"며 "이는 당시 인류가 화산암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가공해 도구로 활용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들여다본 화산암의 표면에는 깎고 갈아낸 흔적이 상당히 많았다. 고대인들은 단단한 현무암은 석기를 가공할 때, 부드러운 화산암은 식물이나 동물의 가죽을 문지르는 용도로 사용했다. 즉 당시 인류는 현무암으로 무른 화산암을 쪼고 깎아 식생활과 연관된 연장을 만들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마르게리타 박사는 "이번 화산암들은 화석인류가 이미 도구를 썼음을 알게 하는 중요한 증거"라며 "특히 자연에 존재하는 사물을 도구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100만 년 전 화석인류에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현대인의 창의력은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 훨씬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일지 모른다"며 "우리 조상들은 생각보다 더 지적이고 창조적이었음을 이번 연구가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