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크레이터 사이에서 발생한 회오리바람이 이동하는 경이로운 장면이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 로버의 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혔다.
NASA는 최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촬영한 회오리바람 영상을 공개했다. 이 회오리바람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탐사 899째인 지난 8월 30일 제제로 크레이터 서쪽 가장자리에서 찍었다.
해당 영상은 보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20배속으로 편집됐다. 회오리바람은 작아 보이지만 화면에 잡힌 부분만 높이 100m 이상, 전체는 무려 높이 2㎞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NASA 관계자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일어나는 돌풍인 회오리바람은 지구에서도 발생하지만 화성 역시 흔하다"며 "지표 부근의 티끌을 대기 중으로 감아올리는 형태도 지구와 똑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오리바람은 따뜻한 공기의 상승 기류와 하강하려는 찬 공기가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자연현상"이라며 "화성의 회오리바람은 평균적으로 지구의 그것보다 규모가 크다. 때로는 화성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모래폭풍을 동반한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의 회오리바람은 '퍼서비어런스'에서 대략 4㎞ 떨어진 토로페어 리지 지역을 시속 19㎞로 이동했다. 천문학자들은 화성의 대기와 기상을 이해하기 위해 '퍼서비어런스' 등 탐사 로버가 촬영한 회오리바람 영상과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왔다.
NASA 관계자는 "화성의 회오리바람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주로 관찰되는데 언제 이런 현상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며 "'퍼서비어런스'나 '큐리오시티(Curiosity)' 등 화성 탐사 로버들은 데이터 절감을 위해 전방위를 흑백으로 촬영하고 결정적 순간에만 고화질 컬러 사진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의 회오리바람이나 모래폭풍은 현지에서 활약 중인 탐사 로버들에게는 치명적이다. NASA의 또 다른 화성 탐사 로버 '인사이트(InSight)'는 지난해 9월 발생한 대규모 모래폭풍의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 패널이 먼지로 뒤덮였고, 결국 그해 12월 임무를 종료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