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암석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학계의 판단보다 훨씬 많으며, 전 세계 화산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포함한 공동 연구팀은 지구상 암석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산 전체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5일 발표했다.

지구 곳곳의 암석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것은 오래전 밝혀졌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비가 오면 지상에 내려앉고 광물의 화학적 풍화에 의해 암석에 스며든다. 이러한 작용은 전 세계 화산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연구팀은 암석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많은지, 아니면 방출되는 양이 더 큰지 정확히 알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비슷한 시도는 전에도 있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암석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정확한 양을 알려주지는 못했다.

캐나다 매켄지 강을 따라 형성된 퇴적암 지대. 조사 결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사진=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로버트 힐튼>

연구팀은 강물에 포함된 레늄에 주목했다. 레늄은 암석에 포함된 유기탄소가 산소와 반응할 때 물속으로 흘러나온다. 연구팀은 그 농도를 측정하면 암석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대략적인 양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전 세계 모든 강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연구팀은  가파른 산이 침식돼 암석이 노출되는 속도가 빠른 곳을 특정했다. 지표 근처의 암석에 얼마나 많은 유기탄소가 포함됐는지 조사한 뒤 각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하고 물리·화학·수문학적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했다. 

옥스퍼드대 로버트 힐튼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암석이 이산화탄소의 주요 흡수원이라는 그간의 학설은 완전히 뒤집혔다"며 "암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화산과 맞먹는 양이며, 주로 히말라야산맥 동부와 로키산맥, 안데스산맥 등 융기 속도가 빠르고 땅속 암석이 노출되기 쉬운 지역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대량의 퇴적암이 풍화한 프랑스 남부의 산악지대. 탄소를 배출하는 암석이 산재한 곳으로 꼽혔다. <사진= =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로버트 힐튼>

교수는 "세계 전체로 보면 암석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줄잡아 연간 68메가톤(Mt)"이라며 "이는 우리 인류가 갖가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1%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화산에서 분출되는 양과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학계가 그간 암석이 뿜는 이산화탄소의 정확한 양을 몰라 이런 요소를 탈탄소 및 탄소 배출량 저감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이번 연구 결과가 반영되면 각국이 제대로 된 탄소제로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야기하는 지구 온난화로 암석이 따뜻해진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변화는 얼마나 되는지 대규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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