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골격과 신경에 융합해 원래 손처럼 마음대로 움직이는 차세대 의수가 개발됐다.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사지 일부를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생체공학통증연구센터(Center for Bionics and Pain Research, CBPR)는 1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람의 신경 및 골격과 결합해 움직이는 의수를 소개했다.

센터 연구팀은 주로 절단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종래의 의수 또는 의족이 사용자 뜻대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체 융합을 떠올렸다. 이들의 연구에는 20여 년 전 농사를 하다 오른 팔꿈치 밑부분을 잃은 카린이라는 여성이 직접 참여했다.

20년 전 농사를 짓다 오른팔 일부가 잘린 여성 카린은 CBPR이 제작한 골유착 의수를 착용하고 일상이 달라졌다. <사진=CBPR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제작한 의수를 몇 년간 테스트한 카린은 일상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과거에 착용한 여러 의수와 달리 물건을 잡거나 손가락으로 뭔가 만드는 작업까지 가능해졌다.

카린은 "멀쩡한 손으로 가능한 작업의 80%는 이 의수로 소화할 수 있다"며 "뭣보다 이 의수가 고마운 건 고기 분쇄기에 팔이 빠진 듯 극심한 환상통(환지통)이 완화돼 진통제가 확 줄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상통은 신체 일부가 잘려나간 사람들 중 50~80%가 호소하는 병이다. 잘리고 없는 부위가 존재한다고 느끼거나 참기 어려운 가려움 또는 통증에 시달리는 희한한 질환이다. 헛통증도 같은 말이며, 유령 같은 아픔이라 해서 '팬텀 페인(phantom pain)'이라고도 부른다.

골유착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의수의 개념도. 기기와 뼈를 연결해 고정한 뒤 삽입한 전극을 통해 손끝에서 팔에 걸친 정중신경(median nerve)과 척골신경(ulnar nerve), 요골신경(radial nerve)을 자극한다. <사진=CBPR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절단 사고 피해자가 높은 확률로 겪는 환상통을 누그러뜨리고 정교한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의수를 뼈와 연결하는 골유착(osseointegration) 기술을 도입했다. 골유착은 의수 등 인공물에 실제 뼈를 융합하는 일종의 임플란트로 신경까지 전기 신호로 연결해 준다.

연구팀 관계자는 "골유착 기기들은 티타늄을 사용한다. 튼튼할 뿐만 아니라 뼈에 잘 달라붙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뼈조직에 티타늄 부속품을 감싸 기계와 인체를 결합하는 것이 바로 골유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린 씨가 착용한 의수는 골유착물 끝에 이탈리아 로봇 업체 프렌실리아가 개발한 '미아 핸드(Mia Hand)'가 장착된 구조"라며 "팔 안에 전극을 이식하고 이를 신경과 연결함으로써 진짜 팔처럼 착용자의 의사에 따라 손이나 손가락을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카린에 의수를 착용하게 하고 수년간 관찰한 연구팀은 그가 일상 대부분의 작업을 해낼 뿐만 아니라 종일 착용해도 문제가 없고 환상통도 상당히 완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손발을 잃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카린 씨와 마찬가지로 의수 또는 의족을 착용할 때의 이질감과 불편함 때문에 결국 사용을 중단한다"며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던 의수나 의족은 골유착 기술과 만나 절단 사고 피해자들에게 예전 일상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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