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학비로 유명한 영국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인공지능(AI) 교장이 취임했다. 최근 기업이나 단체가 인공지능을 요직에 앉히고 조언을 구하는 추세여서 교육계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 웨스트서식스의 사립초등학교 코츠모어 스쿨(Cottesmore School)은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최근 부임한 AI 교장 아비가일 베일리가 업무에 훌륭하게 적응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AI 학교장이 도입된 것은 코츠모어 스쿨이 최초다.
아비가일 베일리는 인간 교장을 돕는 보조 역할을 맡았다. 오픈 AI의 '챗GPT' 또는 구글의 '바드'와 같은 대화형 AI로, 실제 교장의 업무를 돕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딥러닝을 마쳤다.
코츠모어 스쿨의 실제 교장 톰 로저슨은 "모든 순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AI가 인간과 보조를 맞추면 보다 지혜로운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며 "아비가일은 교원의 상담이나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학생 지원, 학교 교육방침 마련 등 전반에 걸쳐 조언을 해준다"고 전했다.
학교에 따르면, 아비가일 베일리는 기존의 대화형 AI와 똑같이 작동한다.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만큼 교육 전반의 방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했고 인간관계 등에 있어 최선의 조언을 하기 위한 학습도 마쳤다.
학교 운영을 위한 AI 도입에 대해 톰 로저슨 교장은 "전통의 명문학교에 AI라는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라며 "사람이든 기계든 잘 훈련된 조언자가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더 이상 인간의 의견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며 "사람과 AI가 내놓는 지적이나 조언을 폭넓게 검토하고 가장 좋은 방안을 내놓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는 향후에도 AI를 각 분야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톰 로저슨 교장은 "전통적인 교육의 핵심인 가치관은 잘 지키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게 우리 목표"라며 "AI를 도입한 것은 헌신적인 교사들을 실직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며,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AI 전문가들은 코츠모어 스쿨의 사례처럼 학교나 회사, 군대 등 다양한 단체의 우두머리에 AI 조언자를 앉히는 것이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조직의 수장은 늘 고독하기 마련"이라며 "자칫 독단에 빠질 수 있는 리더에게 적절하고 솔직한 조언을 해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건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고 전했다.
영화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를 떠올리게 하는 코츠모어 스쿨은 1894년 문을 열었다. 약 130년 역사의 이 학교는 기숙사제로 운영되며, 1년 학비가 3만2000파운드(약 5300만원)로 어지간한 사립대학교보다 훨씬 비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