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쥐가오리 암컷을 두고 벌어지는 수컷들의 절박한 구애를 생생하게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동물의 몸에 부착하는 최첨단 카메라가 잡아낸 바닷속 신비로운 광경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해외 해양생물 보호 비영리단체 만타 트러스트(Manta Trust)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멕시코 산베네딕토 섬 앞바다에서 크리터캠(Crittercam)으로 촬영한 대왕쥐가오리 무리의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미리 대왕쥐가오리 여러 마리의 몸에 크리터캠을 장착한 덕에 얻을 수 있었다. 크리터캠은 다양한 생물의 몸에 붙여 영상을 찍는 장비로 해양생물학자 그렉 마셜이 1986년 처음 고안했다. 오랜 기간 개량을 거쳐 현재는 수중 생물은 물론 새나 포유류에게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대왕쥐가오리 상체에 부착된 크리터캠. 사냥이나 짝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가오리 시점에서 촬영한다. <사진=만타 트러스트 공식 홈페이지>

추적 조사를 이끈 만타 트러스트의 가이 스티븐스 박사는 "크리터캠은 쥐가오리 16마리와 대왕쥐가오리 10마리에 장착했다"며 "영상에 찍힌 것은 카메라가 붙은 대왕쥐가오리 4마리로, 이들은 몰디브 라 환초 구역 수심 25~67m에서 구애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영상을 보면, 암컷 대왕쥐가오리는 뒤에서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다가오자 총알처럼 회전하며 고속으로 헤엄쳤다. 수컷도 지지 않고 배를 위로 향한 채 암컷을 따라 헤엄쳤다. 다만 다른 수컷 2마리가 빠르게 추월해 암컷을 쫓으면서 뜻밖의 경쟁이 붙었다.

가이 스티븐스 박사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대왕쥐가오리의 구애 행동을 촬영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가오리류는 짝짓기 시즌에 암컷 하나를 따라 수컷이 줄지어 헤엄치는 장관을 보여주는데, 일렬로 늘어선다고 해서 '만타 트레인(Manta Train)'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대왕쥐가오리 여러 마리에 크리터캠을 장착한 연구팀은 보다 많은 영상을 통해 이 생물의 생태를 자세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만타 트러스트 공식 인스타그램>

박사는 "동물의 체형에 맞게 개발되는 크리터캠은 학자들이 미처 접하지 못한 야생의 다양한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며 "최근의 크리터캠에는 심도와 해수온을 측정하는 센서도 장착돼 동물들의 신비로운 생태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본다"고 덧붙였다.

만타 트러스트는 이번에 얻은 약 40분짜리 영상을 분석해 대왕쥐가오리의 습성을 여럿 알아냈다. 가이 스티븐스 박사는 "영상에는 대왕쥐가오리의 처음 보는 행동이 여럿 기록돼 있었다"며 "해저에 달라붙듯 헤엄치는 행동은 사냥감이 될 위험을 피하거나 해류의 저항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가오리 26마리에 크리터캠을 장착한 만큼, 향후 더 많은 생태 영상을 입수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대왕쥐가오리의 생태를 알게 되고, 개체가 줄어드는 쥐가오리 류의 보호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대왕쥐가오리 크리터캠 영상 보러가기(내셔널 지오그래픽)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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