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질량 블랙홀의 성장 메커니즘과 가스 등 그 주변부의 물질 순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 망원경군 알마(ALMA)를 통해 관측한 컴퍼스자리(Circinus)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소개했다.
NAOJ가 공개한 이미지 속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부는 가스의 분포에 따라 적색과 청색, 녹색, 분홍색으로 각각 착색됐다. 중심부를 둘러싼 고밀도 분자가스(녹색) 원반의 직경은 대략 6광년이다.
조사를 이끈 NAOJ 이즈미 타쿠마 조교는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부 가스의 흐름과 이를 야기하는 메커니즘을 알마 망원경군에 의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원반 주변 가스의 대부분은 이 블랙홀의 성장에는 사용되지 않고 넘쳐흘러 순환하는 구조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알마 망원경군에 의한 관측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므로 천문학계의 주요한 성과"라며 "수많은 은하의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의 100만 배 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그 질량은 주위 가스의 흐름에 의해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고 덧붙였다.
컴퍼스자리는 지구로부터의 약 14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 중심부 은하 및 초대질량 블랙홀은 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는데, 알마 망원경군은 분자와 원자, 플라즈마 등 다양한 물질을 고해상도로 들여다보게 해줬다.
이즈미 조교는 "이번 관측에서 알마 망원경군은 1광년에 대해 100% 해상도(분해능)를 발휘했다"며 "이는 지금까지 이뤄진 은하 중심부 및 블랙홀 대한 지상 망원경 관측 중에서 가장 높은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조교는 "은하 중심부에서 수 광년에 걸쳐 원반을 형성한 고밀도 분자 가스가 초대질량 블랙홀을 향해 떨어지는 상황을 포착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계산 결과 원반의 중력은 스스로의 압력으로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가스의 흐름은 중력 불안정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NAOJ에 따르면, 이번에 관측한 초대질량 블랙홀에 떨어지는 가스는 해당 블랙홀의 활동성을 지탱하기 위한 양의 30배에 달했다. 그 대부분은 블랙홀 외부로 흘러넘치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즈미 조교는 "흘러나온 가스의 대부분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블랙홀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OJ는 향후 보다 멀리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을 다방면에 걸쳐 조사할 계획이다. 알마 망원경군은 물론 차세대 대형 전파 간섭계에 의한 관측을 통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