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물을 제일 잘 튕겨내는 초발수성 단분자층이 개발됐다. 단분자층은 두께가 분자 하나의 지름 수준에 불과한 얇은 층으로 계면 현상 연구에 응용된다.
핀란드 알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세계 최강의 발수 성능을 가진 자기 조직화 단분자층(self-assembled monolayers, SAM)을 소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분자층은 표면 성질이 액체와 같아 물방울의 움직임을 분자 수준에서 연구할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정용 배관부터 벽체, 자동차, 우주선까지 방수가 필요한 다양한 시설에 응용될 전망이다.
실험 관계자는 "우리 일상과 떼놓을 수 없는 물은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되며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물질의 표면을 때린다"며 "물이 묻고 스미는 것을 막아야 하는 건물 옥상 등은 방수 페인트 같은 특수 용제를 사용하지만 수명이 있고 유지 보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물방울의 움직임을 분자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방수 용제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봤다. 이 생각을 발전시킨 아이디어가 물을 100% 튕겨내는 액체 같은 표면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구팀은 방수 용제의 토대가 되는 소재에 움직이는 분자 층을 붙였다. 덕분에 소재는 액체와 같은 성질을 발휘해 표면에 묻은 물방울을 언제든 튕겨내는 성질을 갖게 됐다.
실험 관계자는 "전용으로 설계한 리액터를 이용해 실리콘 표면에 액체와 같은 자기 조직화 단분자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분자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제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 조직화 단분자층은 전용 리액터의 상태(수분량 등)를 조정함으로써 실리콘의 피복률(고체 표면을 흡착 물질이 덮는 비율)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피복률이 낮으면 마찰력이 높아지므로 물방울은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지만 물이 자기 조직화 단분자층 분자 틈새로 흘러들어 이리저리 미끄러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단분자층이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첨단 산업 분야에 얼마든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정의 싱크대나 욕실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우주선 등 방수가 필수인 분야는 어디든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현재 개발된 자기 조직화 단분자층은 아직 얇아 어딘가에 닿자마자 날아간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를 보완하고 내구성을 높이면 방수 기술의 수준이 몇 단계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