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Sir David's Long-beaked Echidna)가 약 60년 만에 발견됐다. 이 가시두더지는 포유류 중에서는 드물게 알을 낳는 난생류로, 야행성에 땅굴을 파고 살아 생태 확인이 극히 어렵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60여 년 만에 포착된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의 생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최초 발견자인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 데이비드 아텐버러의 이름을 딴 이 가시두더지는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고슴도치의 가시와 개미핥기의 코, 두더지의 다리를 가진 이 기묘한 동물은 포유류 중에서 보기 어려운 난생류다.

약 60년 만에 생태가 확인된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 <사진=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를 이끈 옥스퍼드대 제임스 켐프턴 교수는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 걸친 뉴기니 섬의 사이클롭스 산맥에서 최근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의 흔적이 발견됐다"며 "극한의 환경에서 4주간 조사를 벌여 마침내 그 희귀한 생태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오리너구리와 더불어 단공목을 구성하는 가시두더지는 이름에 에키드나(Echidna)가 들어간 희한한 동물이다. 에키드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반신은 여성, 하체는 뱀인 괴물이다. 동물학자들은 가시두더지가 고슴도치나 두더지, 개미핥기 등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하나씩 가져 이런 이름을 붙였다.

단공목 동물인 가시두더지 <사진=pixabay>

켐프턴 교수는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는 코가 짧은 일반 가시두더지와 달리 코가 길쭉하다"며 "6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좀처럼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생태나 행동에 대해 학자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사가 득실대는 덥고 습한 지역에서 우리는 관찰카메라를 80대나 설치하고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며 "대원들이 모두 지쳐 나가떨어지던 마지막 날에야 겨우 가시두더지를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4주에 걸친 뉴기니섬 조사에서 발견된 새우. 바다나 강이 아닌 수목에 서식한다. <사진=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4주간의 조사에서 나무에 서식하는 기묘한 육생새우와 신종 개구리 2종 등 가치 있는 생물을 추가로 발견했다. 육생새우는 바다를 헤엄치는 일반 새우와 흡사한 외형을 가졌지만 토양과 수목에 삶의 터전을 잡아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켐프턴 교수는 "멸종된 줄 알았던 동물의 재발견은 학자들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보람을 느끼게 준다"며 "생태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데이빗경긴코가시두더지를 살펴 종의 보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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