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년 넘는 여행의 종착역은 블랙홀인가."

우리은하 내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에서 바깥쪽 왜소은하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이는 항성이 처음 특정됐다. 이 항성은 100억 년 이상 전에 생성돼 우리은하 안쪽 초대질량 블랙홀에 이끌린 것으로 학자들은 파악했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4일 공개한 관측 보고서에서 우리은하 내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을 주회하는 항성 'S0-6'가 왜소은하에서 흘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NAOJ가 운용하는 스바루 망원경을 활용해 궁수자리 A* 주변을 관측한 일본 미야기교육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이 내놨다. 우리은하 내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근방에 있는 항성이 바깥의 왜소은하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바루 망원경을 이용해 위치가 특정된 궁수자리 A*(いて座 A*) 부근의 항성 S0-6 <사진=NAOJ 공식 홈페이지>

궁수자리 A*은 오랜 세월 우리은하 중심의 복합 전파원으로 여겨졌다. 이 전파원의 정체가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임을 입증한 2020년 연구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지며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학자들은 초대질량 블랙홀 인근은 아주 강한 중력 탓에 항성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여겼다. 미야기교육대 연구팀은 NAOJ가 운용하는 스바루 망원경을 이용, 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궁수자리 A* 주변의 항성 'S0-6'에 주목했다.

조사를 이끈 니시야마 쇼고 부교수는 "스바루 망원경의 적응광학장치(AO) 및 근적외선 분광촬영장비(IRCS)를 이용한 8년간의 관측에서 우리는 항성 'S0-6'가 3차원적으로 궁수자리 A* 바로 근처에 있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우리은하 내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의 크기를 가시화한 이미지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항성 자체를 조사한 결과 'S0-6'의 나이가 100억 년 이상이라는 것과 소마젤란은하 또는 궁수자리 왜소은하 등 우리은하 주위의 작은 은하의 항성들과 조성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S0-6'의 태생적 고향은 과거 우리은하를 주회하던 왜소은하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현재 NAOJ가 실시 중인 스바루 망원경 업그레이드 작업이 끝나는 2024년부터 'S0-6'의 특징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나아가 궁수자리 A* 근처에 자리하는 다른 항성의 성질도 조사할 예정이다.

니시야마 부교수는 "'S0-6'가 우리 생각대로 우리은하 밖에서 태어났는지, 다른 동료는 없는지 추가 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것"이라며 "운이 좋다면 우리은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 천체들의 수수께끼가 여럿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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