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적도 부근 지하에는 지금도 많은 양의 얼음이 매장돼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와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유럽우주국(ESA)은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 연구팀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화성의 적도 지하에 최대 두께 3.7㎞나 되는 얼음이 분포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2003년 발사된 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수집한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엄청난 양의 얼음이 확인된 곳은 적도를 따라 약 5000㎞나 이어지는 메두사에 포사에 지층(Medusae Fossae Formation, MFF)이다.
ESA에 따르면 MFF 아래 매장된 얼음의 양은 지구의 홍해와 맞먹는 수준이다. 만약 모두 녹아 물이 될 경우 화성 표면에 1.5~2.7m의 얕은 호수가 형성될 정도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2007년 관측 활동 당시 MFF 아래에 뭔가 묻혀 있을 가능성을 알아냈다. ESA는 ‘마스 익스프레스’의 레이더 신호가 MFF를 잘 통과하고 밀도도 낮아 물이 매장됐을 가능성을 떠올린 바 있다.
스미스소니언협회 연구팀은 마스 익스프레스가 보내온 새로운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MFF 지하에 있는 물질의 정체를 조사했다. 밀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MFF 아래의 물질이 화산 활동에 의한 퇴적물은 아니라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물 이외의 여러 물질을 가정해 검증한 결과, 모든 데이터를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얼음뿐이었다”며 “화성은 우리가 상상한 것처럼 마냥 불모지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화성에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됐지만, 화성 지표에서는 물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증발해서 우주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면 지하에 매장됐을 텐데, MFF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화성의 향후 탐사 활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기차 황제 일론 머스크가 공언한 것처럼, 화성은 달과 함께 인류의 행성 이주 후보지로 계속 거론된 천체다. 인류가 언젠가 화성에 정착하거나 장기간 활동할 경우 물의 현지 조달은 상당한 이점이 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