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과 일출 시 지구에서 이따금 확인되는 녹색 섬광(green flashes)이 금성에서도 아주 짧게 관측됐다.

스웨덴 천체 사진작가 피터 로젠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밤하늘에 빛나는 금성의 극지에서 녹색 빛이 번쩍이는 희귀한 순간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피터 로젠은 지난 9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금성을 촬영 중이었다. 당시 그는 불과 1초가량이었지만 금성 극지에서 녹색 섬광이 발생하는 놀라운 상황을 목격했다.

금성과 목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을 다년간 촬영해온 피터 로젠은 금성의 녹색 섬광은 처음이며,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구에서는 태양이 완전히 지기 직전 또는 뜬 직후에 녹색 빛이 일순간 빛나는데, 금성에서 나타난 같은 현상을 망원경으로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9일 스웨덴 천문 사진가가 촬영한 금성의 녹색 섬광 <사진=피터 로젠 페이스북>

이어 "태양빛과 지구의 대기가 연출하는 녹색 섬광은 태양 위의 호가 붉은색이 아닌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낮에는 하늘이 파랗다가 아침이나 저녁이 되면 오렌지색으로 그을리는 것은 긴 파장의 빛이 대기 속에서 산란하기 어려운 반면 짧은 파장의 빛은 곧잘 산란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눈에 태양빛은 그저 하얗지만 사실 여러 파장의 빛으로 이뤄진다. 태양이 머리 위에 있는 시간대에는 빛이 지표면에 닿을 때까지 통과하는 대기의 거리가 짧다. 이때는 파란색 같은 파장이 짧은 빛이 강하게 산란해 하늘이 푸르게 보인다.

태양이 지평선이나 수평선에 닿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빛이 통과하는 대기의 거리는 길어진다. 푸른빛은 흩어져 약해지는 대신 빨간색 같은 파장이 더 긴 빛이 산란해 새빨간 아침놀 또는 저녁놀을 만들어낸다.

수평선에서 관측된 지구의 녹색 섬광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오늘의 천문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 공식 홈페이지·Pekka Parviainen>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는 프리즘에 들어가는 빛처럼 굴절돼 여러 가지 색으로 분리된다.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라도 공기가 맑은 등 특정 조건이 갖춰질 때는 빨간색보다 더욱 파장이 짧은 녹색 빛이 산란한다. 태양이 지평선이나 수평선 바로 아래에 숨는 순간 분리된 녹색 빛이 번뜩이는 것이 녹색 섬광이다.

피터 로젠은 "아주 희귀한 금성의 녹색 섬광은 지구 대기가 프리즘처럼 태양빛을 받아 작용하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며 "자세히 보면 녹색은 물론 노랑과 주황,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의 빛이 하늘거리는 환상적인 우주 쇼"라고 전했다.

천문학계에 따르면 태양계를 구성하는 천체들의 녹색 섬광은 지금까지 지구와 금성은 물론 수성과 달에서도 관찰됐다. 지구의 경우 바다 위의 맑은 공기에서 자주 나타나며, 다른 행성이나 달은 아주 차가운 공기와 태양빛이 만날 때 주로 발생한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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