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이 담긴 채 온전히 보존된 무려 1700년 된 계란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스캔 결과 껍질 속 노른자와 흰자는 한데 뒤섞인 상태였다.  

유럽 최대 민간 고고학 단체 옥스퍼드 아키알러지(Oxford Archaeology)는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영국 동부 에일즈버리 고대 로마 유적에서 1700년 된 계란이 나왔다고 전했다.

달걀은 약 5.5㎝ 크기로 2007~2016년 에일즈버리 로마 유적 발굴 프로젝트 도중 학자들이 찾아냈다. 계란은 총 4개였는데 3개는 수습 과정에서 깨져 엄청난 악취를 풍겼고 하나만 무사했다.

조사 관계자는 “계란은 한동안 방치됐다가 최근 학자들이 켄트대학교에서 컴퓨터 단층 촬영했다”며 “놀랍게도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뒤섞인 내용물이 기포와 함께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마시대 계란. 윗부분이 다소 변형됐으나 껍질은 온전하며, 내부의 뒤섞인 흰자 및 노른자, 기포가 확인됐다. <사진=옥스퍼드 아키알러지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비록 변질됐겠지만 내용물이 보존된 수 세기 전 닭의 알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내용물이 담긴 조류의 알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적 조사팀은 다소 변형된 것 말고는 껍질이 깨지지 않는 이 달걀이 1700년이나 견딘 것도 신기하지만 노른자와 흰자가 섞인 채 기포와 존재하는 것은 충격적이라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계란은 에일즈버리 유적의 웅덩이 속에서 오랜 세월을 버틴 듯하다”며 “원래 웅덩이는 로마인들을 위한 양조 시설로 사용됐고, 사람들이 나중에 물을 채우고 동전 등 다양한 공물을 던지며 소원을 빈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계란은 로마인이 공물을 던지며 소원을 빈 커다란 웅덩이의 바닥에 묻혀 부패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은 웅덩이에서 함께 발견된 나무 바구니 <사진=옥스퍼드 아키알러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보통 유기물은 산소에 노출되면 썩는데 웅덩이 흙바닥에 묻힌 계란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계란과 함께 나온 나무 바구니나 가죽 구두 역시 원형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조사팀 주장대로 유기물은 일정 조건에서 수백~수천 년 유지된다. 가슴팍에 말뚝이 박힌 채 늪에 700년이나 묻힌 스웨덴 ‘복스텐 맨(Bocksten Man)’은 이끼가 분해되고 탄화해 생긴 습지에 암매장된 관계로 완벽에 가까운 복원이 가능했다.

한편 로마인들은 달걀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여겨진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계란은 예로부터 로마인이 섬긴 빛과 진실의 신 미트라(Mithras) 또는 메르쿠리우스(Mercurius)와 관계가 있으며 풍요와 재생을 상징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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