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약 500조 배나 밝은 관측 사상 가장 빛나는 퀘이사가 발견됐다. 빛의 근원인 중심부 초대질량블랙홀은 하루에 태양 1개 분량의 물질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추측됐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천문학 연구팀은 2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관측 사상 우주에서 가장 밝은 퀘이사 ‘J0529-4351’을 소개했다.
지구에서 약 120억 광년 떨어진 ‘J0529-4351’의 에너지원은 중심부 초대질량블랙홀이다. 엄청난 양의 물질을 삼키면서 질량은 태양의 170억~190억 배로 생각된다.
조사를 주도한 ANU 크리스천 울프 교수는 “애당초 퀘이사란 워낙 밝아 안쪽이 보이지 않고 항성 같은 점으로 보이는 천체”라며 “그 정체는 별이 아니라 중심에 초대질량블랙홀을 품은 은하의 일부”라고 전했다.
이어 “거대한 블랙홀 주위에는 중력에 의해 당겨진 가스나 티끌이 고온으로 회전하는 강착원반이 자리한다”며 “이 원반의 물질이 블랙홀에 삼켜질 때 너무 격렬하게 가열돼 밝게 빛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강착원반에 낙하하는 우주 물질 중에는 결국 삼켜지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러한 물질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방출되는 것이 우주 제트인데, 이 역시 어마어마한 빛을 발한다.
크리스천 울프 교수는 “퀘이사가 은하에 자리하는 수십억 개의 별을 합친 것보다 밝게 빛나는 것은 이런 극적인 구조 때문”이라며 “이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J0529-4351’의 밝기는 이론상 최대치에 근접할 정도로 월등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J0529-4351’의 강착원반은 지름이 7광년이나 된다. 이는 지구와 태양 사이를 4만5000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강착원반이 큰 만큼 블랙홀 이론의 한계치에 근접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J0529-4351’이 처음 관측된 것은 약 40년 전이다. 학자들은 ‘J0529-4351’이 너무 밝아 일반적인 퀘이사의 범주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 정체를 몰랐다.
크리스천 울프 교수는 “우주에서 퀘이사를 찾으려면 넓은 범위의 관측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퀘이사를 걸러내는 기계 학습 모델은 지금까지 관측 데이터에 근거하기 때문에, 종래의 퀘이사와 동떨어진 ‘J0529-4351’은 분류 자체가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많은 학자들은 지나치게 밝은 ‘J0529-4351’이 지구에 가까운 항성이라고 착각했다. 지난해 호주 사이딩스프링천문대의 2.3m급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에서 비로소 ‘J0529-4351’이 퀘이사일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후 ESO가 운용하는 칠레 파라날천문대의 추가 관측을 통해 추측이 사실이 됐다. ESO는 현재 건설 중인 유럽 초대형 망원경(ELT)을 통한 ‘J0529-4351’의 정밀 조사에 나설 예정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