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 27)를 비하한 미국 해설위원 잭 모리스(66)가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여성차별 언동으로 논란을 자초한 장훈(81)의 거취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22일 일본 T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여자 복싱 금메달리스트를 조롱한 장훈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라는 글이 쏟아졌다. 일부 성난 시청자들은 장훈을 방송가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청자는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를 해설하는 잭 모리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자마자 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장훈은 그보다 더한 언동으로 물의를 빚고도 뻔뻔하게 방송에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잭 모리스는 지난 17일(미국시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경기 도중 오타니를 막을 대책에 대해 “아주 조심해야 한다(very very careful)”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인 특유의 영어 발음을 흉내 내 즉각 인종차별 의혹을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당시의 잭 모리스 <사진=MLB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Jack Morris inducted into Hall of Fame' 캡처>

장훈은 지난 8일 TBS ‘선데이 모닝’에 출연, 도쿄올림픽 복싱 금메달을 따낸 일본 페더급 대표 선수 이리에 세나(21)에 대해 “여자 중에도 주먹다짐을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장훈은 “시집도 가기 전에 아가씨가 서로 얼굴을 때리다니, 이런 경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여 진행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TV로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장훈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복싱연맹도 장훈과 TBS 앞으로 항의문을 보내 “전근대적 발언이 여성 스포츠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문제의 발언으로부터 일주일을 버틴 장훈은 지난 15일 ‘선데이 모닝’ 방송 도중 사과했다. 그나마 사과문을 여성 캐스터가 읽어 시청자들을 두 번 화나게 만들었다. 성의 없는 사과를 할 바에는 장훈은 방송을 영원히 은퇴하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호통을 섞은 독설적 언동으로 유명한 장훈 <사진=TBS '선데이 모닝' 캡처>

잭 모리스와 장훈은 각각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투수 출신인 잭 모리스는 올스타 5회와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을 경험했다. 1991년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고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등번호 47번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이다. 일본 프로야구 최초로 3000안타를 때린 장훈은 유일한 통산 3할대 타율·500홈런·300도루를 기록한 전설적 좌타자다.

선수 시절 빼어난 성적에 말실수까지 닮은 두 사람이지만 이들에 대한 대응은 정반대였다. 잭 모리스는 즉각 무기한 활동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반면 장훈은 대리 사과로 논란을 키웠음에도 여전히 방송에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방송가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보기에는 일본 사회가 너무 관대한 측면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존 모리스는 발음만으로 문제가 돼 바로 징계를 받았다. 사실 이게 원칙이다”며 “조롱조로 사람을 놀리고도 눌러 앉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일본 방송가에 전통처럼 내려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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