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분포하는 은색털박쥐(Silver-haired bat)가 초음파를 이용해 노래를 부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러브송일 가능성을 점쳤다.
캐나다 야생동물 보호협회(WCS Canada) 동물학자 코리 라우센 박사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은색털박쥐가 짝짓기 대상을 찾거나 동료들과 교류할 때 노래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박쥐 중 극히 일부가 노래를 부른다고 알려져 있어 이번 연구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라우센 박사는 "박쥐는 밤하늘을 날며 현재 위치를 확인하거나 곤충 등 먹이를 발견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며 "박쥐의 이런 행동은 동물이 음파를 이용해 주변을 탐지하고 위치를 가늠하며 먹이 활동을 하는 전형적인 반향정위"라고 전했다.
생물학적 음파 탐지기술인 반향정위는 은색털박쥐도 물론 사용한다. 캐나다에 분포하는 이 박쥐를 장기간 조사한 연구팀은 음성기록장치에 희한한 소리가 담긴 점을 뒤늦게 눈치챘다.
라우센 박사는 "기계에 담긴 소리는 은색털박쥐의 것이었지만 반향정위로 생각할 수 없는 패턴이었다"며 "해당 패턴은 분명히 정해져 있어 이후 정기적으로 음성기록 장치에 감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은색털박쥐의 노래 패턴은 새가 지저귀는 것과 흡사하다"며 "모두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음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해독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몸길이 약 5㎝에 체중 약 15g에 불과한 은색털박쥐는 캐나다와 미국 삼림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노래를 한다는 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소리가 주로 기록되는 시기가 은색털박쥐의 짝짓기 시즌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성을 유혹하는 러브송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동물들 중 노래가 가능한 것은 인간과 조류 정도다. 브라질큰귀박쥐 등 박쥐 일부가 노래한다는 견해도 있다. 포유류와 양서류, 곤충 등 목적을 갖고 노래하는 동물이 있다는 학자도 있지만 노래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연구팀은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노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라우센 박사는 "최근 발달하는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을 활용해 방대한 소리 패턴을 해독하면 미지의 세계가 열릴지 모를 일"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