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미중력(미세중력) 환경에서 근육의 노화가 빨라지는 것은 노화에 따른 사코페니아(sarcopenia), 즉 근감소증과 원리가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은 우주 공간에 머물면서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근육 노화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응안 황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인간의 근육이 미중력의 영향으로 빨리 노화되는 이유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사코페니아와 같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배양한 인간의 근육세포를 칩으로 만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옮긴 뒤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미중력 하에서 단 일주일 지난 근육세포 칩은 지구에서 몇 년 지난 것과 비슷한 근력 저하를 보였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머무는 우주비행사는 지구 귀환 뒤 근육량 감소 등 다양한 건강 이상을 호소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응안 황 교수는 "중력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유전자나 대사의 기능이 근육보다 지방을 만들도록 변환된다"며 "그 때문에 노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근육세포가 쇠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온 비행사는 근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상보다 훨씬 약한 중력 환경에서는 근육이 덜 사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근력 저하가 심한 것은 미스터리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주일간 ISS에 머문 근육세포 칩은 근섬유 형성이 지구보다 훨씬 늦게 이뤄졌다. 유전자의 기능과 발현(유전자 활성), 심지어 단백질의 종류와 양 역시 지구의 것과 차이가 났다.

우주비행사들은 미중력 공간에서 체력 유지를 위해 과학자들이 고안한 운동을 실시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근육은 세포 내부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우주에서 자란 근육세포는 이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이 약해지는 대신 지방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작용이 두드러졌다. 유전자가 근육 모드에서 지방 모드로 바뀌면서 근육량 손실이 빨라졌다.

응안 황 교수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근육량이 적어지지만 우주에서는 그 기간이 훨씬 짧아지는 듯하다"며 "지구에서 사코페니아는 보통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지만 우주의 미중력은 그 진행을 며칠로 가속하는 만큼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해서는 대응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약에 의한 근력 저하 예방법도 발견했다. 응안 황 교수는 "추가 실험에서 근육세포 칩에 근위축 치료제와 근육 재생을 촉진하는 약을 투여하자 부분적으로 근육 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약은 근육세포 칩이 근육 모드에서 지방 모드로 유전자 활성이 변하는 것도 어느 정도 막아줬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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