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식료품 치즈가 악몽을 유발한다는 가설은 제법 오래됐다. 현재도 적잖은 학자들이 치즈와 악몽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병리학 이론을 정립한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는 인간의 체액 균형이 깨지면 건강을 망친다고 여겼다. 이들은 소화가 어려운 음식을 먹으면 체액 균형이 붕괴해 악몽을 꾼다고 생각했다. 유제품 및 치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치즈를 먹으면 탈이 난다.

19세기 유럽 사람들은 치즈는 물론 아몬드, 오이, 아보카도가 악몽을 유발한다고 추측했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속 스크루지는 동업자 제이콥 말리의 유령이 소화되지 않은 음식의 산물이라고 비난한다.

치즈가 악몽과 연결됐다는 가설을 입증하려는 실험은 전부터 계속돼 왔다. <사진=pixabay>

영국치즈협회는 2005년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받아 치즈와 악몽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피실험자 200명을 모은 협회는 일주일간 다양한 치즈가 수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틸턴 치즈를 먹고 자면 이상한 꿈을 꿀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실험 결과가 학술지에 실리지는 못했다.

캐나다 연구팀은 2015년 악몽과 식생활의 관계를 382명의 피실험자를 동원해 조사했다. 약 18%가 유제품이 악몽과 수면 부족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 실험 역시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어서 학술지에 소개되지 않았다.

곰팡이 등 균류가 환시나 악몽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학자도 있다. <사진=pixabay>

일부 치즈 제조 시 발생하는 곰팡이가 심령현상을 일으킨다는 학자도 있다. 미국 클락슨대학교 연구팀은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귀신 목격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증거를 찾아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들이 찾은 고스트 스팟(심령현상이 빈발하는 흉가 등)은 사람이 사는 일반 건물보다 곰팡이 포자 수가 훨씬 많았다.

악몽 등 심령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대개 균류와 곰팡이가 결합된 치즈 같은 식재료나 상한 음식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생물학자들은 전부터 미생물과 곰팡이가 창궐할 경우 불안이나 우울, 정신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일럼 마녀재판의 희생자를 묘사한 그림 <사진='세일럼 희생자(The Salem Martyr) 토마스 슬래터하우스, 1869>

특히 맥각균에 오염된 호밀빵이 일으킨 집단 환청과 환시가 1600년대 후반 악명 높은 세일럼 마녀재판의 원인이라는 역사학자도 있다. 영국 런던의 균류 전문가들은 곰팡이투성이의 썩은 책들이 기발한 정신상태를 야기해 역사에 길이 남은 문학작품을 창조했다고 추측했다. 

여러 연구에도 치즈가 악몽을 일으킨다고 단언할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학자는 음식이 직접 꿈에 영향을 주기보다 심리적·문화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여긴다. 어쨌든 학자들은 식생활이나 특정 음식이 수면이나 꿈에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그간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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