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장어의 뇌 발달 방식이 인간과 아주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턱이 없는 칠성장어는 수생생물의 몸에 딱 들러붙어 체액을 빠는 빨판 같은 주둥이로 널리 알려졌다.

미국 스토워즈 의학 연구소(SIMR)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칠성장어가 인간과 아주 흡사한 뇌 발달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칠성장어는 약 5억 년 전 인류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오래된 척삭동물로 턱이 없어 장님장어류와 함께 무악류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턱이 있는 조류나 파충류, 양서류, 연골 및 경골어류 같은 척추동물은 악구류라고 부른다. 

무악류인 칠성장어 <사진=Oregon Zo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e Pacific lamprey: your ancient neighbor' 캡처>

장기간 척추동물의 진화를 조사해온 연구팀은 이들의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특히 악구류와 무악류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집중했다. 칠성장어의 마름뇌(후뇌)를 형성하는 유전자가 악구류 척추동물 유전자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낸 연구팀은 추가 분석에서 인간과 유사성까지 확인했다.

SIMR 수생생물학자 앨리스 베도이스 박사는 “후뇌 형성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연결된 네트워크의 일부로 마름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신호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칠성장어와 인간의 신호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사가 언급한 신호는 레티노인산이라는 비타민A 대사물질이다. 인간처럼 구조가 복잡한 생물은 레티노인산을 신호로 마름뇌를 형성하는 것이 이미 알려졌지만 원시적인 동물로 손꼽히는 칠성장어도 같은 신호를 가졌다는 점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다.

수생생물의 몸에 들러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칠성장어의 입 <사진=넷지오 와일드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addlefish Parasites | Wild Mississippi' 캡처>

베도이스 박사는 “턱이 없는 관계로 칠성장어의 마름뇌는 다른 척추동물과 다르게 형성될 것으로 생각됐다”며 “칠성장어 뇌의 기본적인 부분은 쥐나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다”고 설명했다.

이어 “칠성장어와 인간은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설계도는 상당히 비슷하다”며 “이번 발견은 악구류와 무악류 사이에 의외로 유전적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척추동물의 다양성에 어떤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도 떠올렸다. 베이도스 박사는 “세포 발달에 중요한 신호전달 분자 연구는 이미 활발하다”며 “마름뇌의 형성 메커니즘을 면밀히 연구하면 척추동물들 사이의 또 다른 공통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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