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이 백악기 전기 공룡 발자국 옆에 새긴 암면 조각들이 남미에서 발견됐다. 고대 인류가 공룡의 유적에 관심을 가졌다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학계는 평가했다.
브라질 국립 역사예술유산원(IPHAN)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화석화된 공룡 발자국과 고대인의 페트로글리프(암면 조각)가 함께 새겨진 암석을 소개했다.
IPHAN 고고학 연구팀은 브라질 북동부의 대규모 유적에서 발굴된 이 특이한 바위가 고생물학과 고고학, 인류학을 융합하는 주목할 만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암면 조각이 나온 곳은 브라질 북서부 파라이바 주 소사에 자리한 백악기 전기 지층(Serrote do Letreiro)이다. 조사를 이끈 IPHAN 레오나르도 트로이아노 박사는 “발굴된 유물은 바위 3개로, 노출된 면에는 백악기 전기의 수각류, 용각류, 이구아노돈계 공룡의 화석화된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남미 지역에 기틀을 잡은 고대인들은 분명 공룡의 발자국을 의식해 페트로글리프를 새겼을 것”이라며 “이는 고대인들이 공룡 유적에 깊은 관심을 가졌음을 시사하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각 암석에 고대인이 남긴 조각은 형태가 다양하다. 주로 원형이며, 방사상의 선이나 십자, 기타 의미가 불분명한 기호를 사용했다. 공룡 발자국을 본뜬 조각들도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 번째 바위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속한 수각류의 발자국과 인간의 조각 22개가 파악됐다. 두 번째 바위에서 인간의 조각은 두 개만 발견됐다. 예전에 더 많이 있던 것 같지만 풍화돼 부분적으로 흔적만 남았다. 세 번째 바위에는 30개가량의 조각 외에 용각류가 남긴 발자국이 광범위하게 찍혔다.
레오나르도 박사는 “공룡 발자국과 인간의 암면 조각이 한꺼번에 발견된 사례는 지금까지 호주, 폴란드, 미국에서도 있었다”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유물처럼 공룡과 인류의 밀접한 유대관계가 느껴지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의도적으로 발자국을 훼손하지 않고 빈 곳에 조각했다는 점에서 고대인들은 공룡 발자국을 의식한 것이 분명하다”며 “향후 X선 형광 분석법을 이용한 연대 측정을 통해 정확한 제작 시기가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