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사상 가장 거대한 우리은하 내부의 항성질량 블랙홀(stellar-mass black holes)이 특정됐다. 항성질량 블랙홀은 대질량 천체가 생의 끝자락에서 중력붕괴를 일으키면서 생성된 블랙홀이다.

프랑스 국립 과학센터(CNRS) 연구팀은 1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지구 근처에서 우연히 관측된 항성질량 블랙홀 '가이아(Gaia) BH3'를 소개했다.

CNRS에 따르면 '가이아 BH3'는 우리은하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항성질량 블랙홀이다. 대부분 초신성 폭발을 계기로 형성되는 항성질량 블랙홀은 초대질량 블랙홀에 비하면 훨씬 작다. 일례로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한 궁수자리 A*의 질량은 태양의 약 400만 배인 데 비해 '가이아 BH3'의 질량은 태양의 약 33배다.

가이아 BH3의 궤도(아래 작은 빨간색 원) 및 동반성의 궤도(파란색)를 표시한 상상도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독수리자리 방향으로 약 2000광년 떨어진 '가이아 BH3'는 지구와 두 번째로 가까운 블랙홀이기도 하다"며 "이런 종류의 블랙홀 질량은 대부분 태양의 10배 이하이며, 우리은하에서 두 번째로 큰 항성질량 블랙홀 백조자리 X-1(Cygnus X-1) 조차 질량이 태양의 21배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학자들은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가이아 BH3'가 존재할지 예상도 못 했다"며 "은하계의 상세한 3차원 지도를 작성하는 국제 연구 프로젝트 '가이아 계획'의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하 내부의 주요 항성질량 블랙홀의 질량 비교도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가이아 BH3'는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우주망원경이 모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가이아망원경은 뱀자리 방향으로 약 1600광년 떨어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 '가이아 BH1'을 발견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CNRS 연구팀은 내년 '가이아 계획'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가이아망원경의 대규모 관측 정보를 분석하다 항성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깨달았다. 조사 관계자는 "가이아망원경의 데이터에는 '가이아 BH3'와 쌍성계를 이루는 동반성의 궤도 정보가 있었다"며 "이를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유럽남천천문대(ESO) 초대형 망원경(VLT)의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동반성의 존재까지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가이아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우리은하 내부의 거대한 항성질량 블랙홀 특정에 공헌했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이처럼 큰 항성질량 블랙홀의 발견은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거의 포함하지 않는 천체가 붕괴해도 블랙홀이 형성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며 "'가이아 BH3'의 동반성은 금속이 극히 적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붕괴를 통해 '가이아 BH3'를 남긴 항성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무거운 원소가 거의 없는 별은 일생 동안 질량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후를 맞은 뒤에는 더 많은 물질을 남겨 항성질량 블랙홀을 만들어낸다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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