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위성 이오의 화산활동은 이 천체가 탄생하자마자, 그러니까 약 45억 년 전부터 계속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오는 타원형 궤도를 가진 탓에 조석가열 현상이 벌어져 화산활동이 맹렬한데, 언제부터 이런 상태였는지 학자들 의견이 분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18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이오의 화산들이 45억 년 전부터 분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오는 최근 지름 약 200㎞의 화산호 로키 파테라가 매끈한 화산암으로 채워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연구가 활발하다.
칼텍 연구팀은 이오 표면의 화산들이 뿜어내는 물질에 주목했다. 화산 분출물 대부분은 이오의 얇은 대기를 뚫고 우주로 퍼지는데, 현재 이오의 대기 중 화산 분출물과 탄생 당시 물질의 동위원소 비율을 각각 알아내면 이오가 지금 같은 상황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할 수 있어서다.
연구팀은 칠레의 대규모 전파망원경군 알마(ALMA)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 이오의 대기에 분포하는 화산 분출 가스, 특히 황을 집중 관찰했다. 동시에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 평균적인 화학 조성을 보존한 운석을 분석해 이오의 궤도가 타원이 되기 전 동위원소비를 추측했다. 그 결과 이오는 원래 갖고 있던 유황의 94~99%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관계자는 "이 숫자가 목성 및 이오를 포함한 위성의 기존 진화 모델에 부합하려면 이오의 화산활동이 45억 년 전부터 계속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오는 그 긴 시간 한결같이 현재와 같은 맹렬한 분화 상태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오의 조석가열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천문학계의 숙제 중 하나였다. 이오는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해 표면이 용암에 반복해서 뒤덮인 관계로 지질학적 진화의 단서를 찾기가 불가능하다.
이오는 1979년부터 탐구된 천체다. 그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목성계를 통과하며 촬영한 이오의 사진에는 화산이 토해내는 분출물이 담겼다. 이때부터 학자들은 이오 내부에 엄청난 열원이 있다고 추측했다.
이후 이오와 유로파, 가니메데 등 목성 위성들의 기묘한 궤도운동이 주목받았다. 가니메데가 목성을 한 바퀴 돌 때 유로파는 두 바퀴, 이오는 네 바퀴 돈다. 이런 궤도공명 때문에 이오의 공전 궤도는 타원으로 변모했고, 목성으로부터 받는 인력이 공전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변화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했다. 이오의 이런 조석가열은 천체 내부 암석을 녹여 마그마를 생성했고 지표면의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연구팀의 이번 주장이 맞는다면, 목성을 공전하며 조석가열되는 유로파의 나이도 추측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유로파의 얼음층 밑에 존재하는 물은 조석가열로 데워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오의 화산활동이 수십억 년 계속돼 왔다면, 유로파의 바다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가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