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영화 상영시간은 92분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배우나 시나리오, 연출 기법 못지않게 흥행이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미국 조사 업체 토커 리서치(Talker Research)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미국의 영화 마니아 2000명이 참가했다.

토커 리서치는 영화의 내용에 몰입하는 데 가장 좋은 러닝타임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꼽은 이상적인 영화의 상영 시간은 1시간32분이었다.

조사 관계자는 “영화팬의 관심사가 다르고 집중력도 개인차가 있어 가장 적합한 러닝타임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 설문에서는 최적의 영화 상영시간은 92분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팀 버튼(66)의 걸작 '비틀쥬스'. 러닝타임이 92분이다. <사진=워너브러더스>

토커 리서치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 중 120분이 가장 좋은 상영시간이라고 답한 이는 15%, 2시간30분 이상이 좋다는 사람은 2%였다. 92분을 기점으로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상적인 러닝타임이라고 보는 영화팬이 점차 줄었다.

설문 참가자들은 지난 2개월 동안 본 영화 중 2편은 너무 길었다고 응답했다. 23%는 본인 기준으로 너무 긴 영화를 3편 이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사 관계자는 “최근 2~3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가 적지 않다. 영화업계에서는 긴 작품일수록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며 “이를 소비하는 영화팬들은 너무 긴 영화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존하는 가장 긴 영화는 피터 왓킨스(89) 감독 작품 ‘더 저니(The Jounry)’다. 무려 873분(14시간33분)으로, 이걸 보면 하루가 10시간도 남지 않는다.

228분짜리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이 정도도 상당히 긴 편이지만 제일 긴 영화는 873분짜리 '더 저니'다. <사진='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공식 스틸>

이번 조사를 계기로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가 꼽은 90~99분 베스트 영화 100편에도 눈길이 간다. 여기에는 ‘캐리’(1976)와 ‘맨해튼’(1979), ‘아비정전’(1990), ‘붉은 돼지’(1992), ‘저수지의 개들’(1992), ‘타락천사’(1995), ‘화양연화’(2000),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 ‘블루 재스민’(2013) 등 다양한 연대와 장르의 수작이 포함됐다. 이중 정확히 92분인 영화로는 ‘윈체스터 73’와 ‘연인 프라이데이’ ‘알파빌’ ‘비틀쥬스’ ‘디제스터’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영화 자막에 관한 설문조사(복수응답)도 실시됐다. 33%의 참가자는 집에서 영화를 볼 때 자막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막을 꼭 쓴다는 이는 그 절반가량인 16%였다. 자막 유무는 전혀 관계없다는 응답자는 77%였다.

조사 관계자는 “92분은 이전 영화시장이나 현재를 봐도 그리 긴 러닝타임이 아니다”며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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