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물리적으로 타격한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조각들이 향후 화성에 충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각보다 응집력이 약했던 디모르포스는 NASA의 다트(DART) 탐사선 충돌 후 암석을 뿜어냈는데, 지름 1~7m의 조각 37개는 학자들의 지속적인 추적을 받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지구근접물체조정센터(Near-Earth Object Coordination Centre, NEOCC) 등 국제 연구팀은 NASA의 다트 미션으로 발생한 디모르포스의 37개 조각 궤도를 추적한 끝에 4개가 화성에 충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NASA는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물리적으로 바꾸는 다트 미션을 지난 2022년 9월 26일 실행했다.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 디모르포스에 570㎏의 다트 탐사선을 초속 약 6.6㎞로 타격한 결과, 이 천체의 공전 주기는 예상보다 3배 긴 33분 늦어졌다.
NEOCC 관계자는 "당초 위성의 공전 주기는 약 10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됐지만, 충돌 직후 예상외에 많은 암석 조각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간의 시뮬레이션이 빗나갔다"며 "이후 NASA와 ESA 등 우주개발 주체들은 디모르포스에서 나온 조각 중 크기가 1~7m인 37개의 행방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암석 조각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보기 위해 약 2만 년 후까지 공전궤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며 "이 정도로 작은 암석의 궤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보통 불가능하지만 디모르포스의 타격 시점과 암석이 튀어나온 시간이 명확하기 때문에 계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여러 오차를 고려해 반복된 시뮬레이션 결과, 이 암석들은 향후 2만 년 뒤까지 지구에는 충돌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같은 기간 화성에는 적어도 4개가 떨어질 가능성이 떠올랐다.
NEOCC 관계자는 "2개는 약 6000년 후에, 나머지 2개는 약 1만5000년 뒤 각각 화성에 충돌할 것으로 여겨진다"며 "지름 수 m의 바위가 충돌할 경우 지구라면 대기권에서 완전히 타거나 작은 파편만 남겠지만, 화성 대기는 지구의 약 0.75%로 희박해 거의 저항 없이 낙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이 관계자는 "바위가 비교적 단단할 경우 질량을 대부분 잃지 않고 지표면에 떨어져 화성에 지름 200~300m의 분화구가 형성될 것"이라며 "다만 디모르포스의 암석 조각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없어 공중에서 부서져 지표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