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도굴을 막기 위해 저주를 빼곡히 적어 넣은 1800년 전 묘비가 발견됐다. 핏빛 글씨의 저주가 살벌한 이 묘비가 있던 곳은 이스라엘 유대인 공동묘지 베이트 셰아림이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이트 셰아림 조사 과정에서 피 같은 붉은 글씨로 저주가 적힌 묘비를 발굴했다고 전했다.

비문에는 “이 묘를 파헤치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등 섬뜩한 저주가 새겨졌다. 정밀 분석에 나선 연구팀은 묘비의 주인이 유대교로 개종한 야곱이라는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남성은 자신이 죽은 뒤 묘가 파헤쳐 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 것으로 보인다”며 “피처럼 붉은 글씨로 저주를 새긴 묘비는 남성이 살아있을 때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석에 글을 새길 때 진짜 피는 동원되지 않았다. 아마도 오랜 세월 지워지지 않는 천연 도료를 쓴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베이트 셰아림에서 발굴된 1800년 전 묘비. 무덤을 파헤치지 말라는 저주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하이파대학교 공식 홈페이지·Yevgeny Ostrovsky>

조사 관계자는 “진짜 피는 아니지만 강렬한 붉은색 저주는 보는 이들에 섬뜩한 인상을 준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위협하는 악의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60세에 숨진 개종자 야곱의 묘비가 발견된 베이트 셰아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스라엘 메기드 북쪽 30㎞ 위치에 광범위하게 조성된 유대인 귀족 공동묘지로 로마 제정 시기에 조성됐다.

조사 관계자는 “베이트 셰아림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이 매장된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며 “야곱의 저주는 전혀 효과가 없었는지 묘비 밑에는 시신이 오간데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베이트 셰아림은 동방의 유대인들이 묻힌 국제적 매장지였다”며 “처음 발견된 개종자 야곱이 어디 출신인지 알아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유대교 공동묘지에 개종자가 묻힌 점, 저주를 핏빛 도료를 사용해 새긴 점 등 전례가 없는 특이한 비석을 보다 향후 더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베이트 셰아림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매장됐는지 파악해 당시 역사상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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