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조각을 나노미터 단위로 잘라내고 일일이 촬영, 3D 매핑하는 고도의 기술이 실현됐다. 뇌 병변을 들여다보거나 뇌 조직의 기능 관련 연구가 진일보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신경과학자 제프 릭트먼 교수 연구팀은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1㎜³의 뇌 샘플을 34㎚(나노미터)로 자르고 3D 매핑하는 기나긴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참여한 이번 실험에서 3D 매핑된 뇌의 조각은 인간 대뇌피질의 일부다. 주로 학습이나 문제 해결, 감각 신호의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제프 릭트먼 교수는 "1㎜³ 뇌 샘플 전체에 담긴 데이터의 크기는 무려 1.4페타바이트(1400테라바이트)"라며 "매핑 작업의 전체 결과물에는 약 5만7000개의 세포와 1억5000만개의 시냅스가 포함돼 데이터 크기가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간질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45세 여성의 동의하에 뇌 조각을 채취했다. 이렇게 얻은 뇌 샘플은 세포를 보기 쉽게 일단 염색했다. 이후 불과 34㎚ 두께로 약 5000매의 얇은 절편으로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일일이 촬영했다. 구글 신경학자 비런 제인 박사 등은 이를 인공지능(AI) 장비 등을 이용해 3D 매핑했다.
비런 제인 박사는 "3D 매핑 결과 렌더링된 무수한 뉴런은 크기에 따라 각각 색상을 부여했다"며 "하나의 흰 뉴런에서 뻗는 축삭은 무려 약 5600개나 되며, 그 사이에 그물처럼 얽힌 녹색 선이 정보 전달 경로인 시냅스"라고 말했다.
이어 "뇌 조직을 3D 매핑하는 작업은 사람의 대뇌 피질 등 각 영역을 이해하는 방대한 자료를 제공한다"며 "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 뉴런 사이의 상세한 접속이나 거의 완전한 거울 뉴런의 집합체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다양한 형태의 뉴런이 제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제프 릭트먼 교수는 "뇌 조직의 매핑은 수십 년이 걸리는 끈기를 요구하는 작업"이라며 "언젠가 대뇌 피질 등 뇌 영역의 기능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정신질환이나 신경변성질환을 치료할 단서를 잡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