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밖에 내지 않아도 내적인 소리를 해독하는 뇌 판독 장치가 개발됐다. 부분적 발성 없이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도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을 정확하게 해독하는 새로운 뇌 판독 시스템을 공개했다.아직 한정된 단어만 읽어낼 수 있고 문구나 문장은 무리지만 개별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 기록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사람의 마음 속 소리를 읽는 장치는 전에도 등장했다. 대개 이런 기술은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사람의 뇌에 이식하고 신경세포의 활동을 탐지한다.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생각한 단어 판독하는 BCI 기술이 칼텍에서 개발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BCI를 뇌의 어디에 설치하면 효과적으로 생각을 판독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척수 손상을 입은 환자 2명의 동의를 얻은 연구팀은 그간 BCI 개발자들이 관심이 덜 가졌던 연상회에 전극 어레이를 이식했다. 연상회는 모서리위이랑이라고도 하며, 대뇌 두정엽을 구성한다.

전극 이식 2주일이 지난 뒤 피실험자들은 전장(battlefield), 카우보이(cowboy), 비단뱀(python), 숟가락(spoon), 수영(swimming), 전화기(telephone) 등 6개 영단어 및 의미가 없는 가짜 단어 2개(nifzig와 bindip)를 속으로 읽었다. 연구팀은 이때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반응을 살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독심 장치에 입력해 학습한 뒤, 피실험자가 단어를 상상할 때 신경세포 반응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A 피실험자의 전극 어레이는 단어에 대응하는 뇌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 파악해 79%의 정확도로 읽어냈다. B 피실험자의 판독 정확도는 23%로 크게 낮았다.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읽어 전달하는 BCI 기술의 활용 범위는 대단히 넓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두 피실험자는 숟가락과 수영에 강하게 반응했고, 다른 단어는 상대적으로 신경세포 반응이 덜했다"며 "상상만으로 단어나 문장을 읽고 이를 BCI가 판독하는 기술은 예시나 개인차가 존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머릿속으로 단어를 떠올릴 때 활발해지는 신경세포의 82~85%는 실제 목소리를 냈을 때도 활발해진다"며 "뇌내의 발성에서만 활발해지는 신경세포나, 같은 단어라도 상상의 소리인지 실제의 소리인지로 반응이 다른 신경세포가 있는 것도 이번 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고도화를 거치면 목소리를 잃은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의식은 있되 전신마비로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락트-인 증후군(locked-in syndrome) 환자들이 다시 의사소통하게 해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