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반려견이 미친 듯 뛰어나가거나, 얌전히 사료를 먹은 반려묘가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듯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원인 모를 병에 걸린 것 아닌지 걱정할 수도 있는데, 전문가가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미국 수의학협회 호세 아르카 회장은 최근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 "반려동물들이 그러는 것은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열광적인 무작위 활동 기간(Frenetic Random Activity Periods, FRAP)'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최대 몇 분간 지속되는 FRAP는 무작위로 나타날 수 있지만 반려견에서는 일반적으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집 밖으로 나왔을 때 하루 종일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서 뛸 수 있다. 종일 집을 지키던 반려견이 퇴근 후 집에 도착한 주인을 보고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반려견의 FRAP <사진=pixabay>

가장 흔한 경우는 목욕을 마친 뒤다. 이 때 온몸을 터는 것은 목욕으로 인한 긴장이나 흥분을 해소하는 것으로, 물기를 말리려는 행동과는 차이가 있다.

반려묘는 패턴이 좀 다르다. 새끼 고양이가 하루 종일 움찔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장 활동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그루밍을 한 뒤나 화장실을 이용한 뒤에도 발생한다. 가끔 반려묘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습식 사료를 줄 때 이런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르카 회장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FRAP 발생 빈도는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칠 수록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고양이 보다는 강아지에게서 더 많이 목격된다.

또한 FRAP는 페럿이나 코끼리와 같은 야생동물에게서도 관찰된다. 미국 동물과학협회 저널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토끼도 갑자기 달리거나 몸을 비틀고 공중으로 점프한다. 학자들은 이를 '빙키(binkies)'라고 부른다.

아르카 회장에 따르면 FRAP는 정상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픈 것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진짜 강박장애가 있는 개들은 자기 꼬리를 따라 돌거나 그림자를 쫒고, 파리를 잡는 것처럼 허공에 입질을 하거나 바닥을 혀로 쓸고 다닌다. 만약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할 경우 동영상을 촬영해 수의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르카 회장은 "FRAP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만 실내에서는 깨지기 쉬운 물건을 치워두고, 산책 중일 경우 목줄을 확실하게 채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가파른 산과 같이 위험할 수 있는 장소에 반려견을 데려가는 경우 과도한 에너지를 미리 방출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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