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로 가득한 블랙홀이 자전을 한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블랙홀이 지구 등 행성처럼 자전할 수 있다는 가설은 천문학자들이 이미 제기했지만 이를 확실히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2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은하 중심부의 거대 블랙홀이 자전하는 증거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NAOJ가 주축이 된 국제 연구팀의 관측 성과는 전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를 장기 관찰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태양의 50억~65억 배 질량을 가진 M87 은하는 암흑물질로 가득하며 수많은 행성상 성운과 1만 개 넘는 구상성단을 품고 있다.
연구팀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각각 운용하는 전파망원경 총 13대를 동원한 동아시아 VLBI 네트워크(East Asian VLBI Network, EAVN)를 이용,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23차례 M87을 관찰했다. 이를 미국이 축적한 M87 관측 데이터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의 방향이 11년 주기로 요동치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를 이끈 NAOJ 하다 카즈히로 연구원은 "M87의 블랙홀 자전축은 상하 방향으로 고정돼 있지만 그 축에 대한 원반의 회전축이 기울어져 있다"며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제트의 세차운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제트는 은하 안의 가스와 부딪혀 별의 탄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관측 결과는 제트가 광속에 가깝게 제트를 내뿜는 비결이 블랙홀의 자전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은하의 형성 및 진화를 해명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문학계는 블랙홀의 자전을 시사하는 연구는 전에도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를 얻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NAOJ의 관측 보고서에 주목했다. EAVN 등 국제 관측 장비의 협업이 낸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각국의 관측 장비와 우주망원경의 공동 탐사에 더 큰 기대가 쏠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