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울음소리 같은 의사 표시 없이도 동료의 요구를 이해하고 공동작업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묵적 의사소통으로 동료와 협력하는 능력은 유인원 등 고등동물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오스트리아 울프사이언스센터(Wolf Science Center) 연구팀은 17일 관찰조사 보고서를 내고 늑대의 놀라운 공동작업 사례를 소개했다. 늑대가 암묵적 의사소통으로 동료들과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는 드물다.
조사 관계자는 "늑대는 무리 지어 살며 고도의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며 "늑대가 동료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여럿 확인됐는데, 암묵적 의사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전했다.
늑대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동료와 힘을 합쳐 사냥한다. 혼자 있을 때 사냥감을 발견하면 울음소리를 내 멀리 있는 동료에 알린다. 연구팀은 늑대들이 이런 직접적 의사표시 없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연구팀은 야생 늑대 2마리를 동원한 실험을 기획했다. 우선 길쭉한 널빤지 위에 먹이가 담긴 나무판 2개를 얹었다. 널빤지 앞에 철조망이 있어 늑대가 직접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널빤지 양쪽에 로프를 달아 늑대들이 자기 쪽으로 당기게 했다. 다만 양쪽에서 로프를 동시에 당겨야 널빤지가 앞으로 이동하는 구조였다.
먼저 장치를 살펴본 암컷 늑대는 한쪽 줄을 혼자 당겼고, 그것만으로는 먹이를 얻을 수 없음을 금세 이해했다. 이후 암컷은 조금 떨어진 수컷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수컷이 반응하지 않자 암컷은 수컷 쪽으로 다가갔다. 이 과정에서 울음소리는 전혀 내지 않았다.
암컷이 뭔가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수컷도 장치 쪽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암컷과 같은 쪽 밧줄을 함께 잡아당겼다. 둘이 당겼는데도 장치가 꿈쩍도 하지 않자 암컷은 반대쪽으로 가 로프를 당겼다. 그제야 널빤지가 앞으로 당겨지자 두 늑대는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만약 암컷이 반대편으로 이동했을 때 수컷도 따라왔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며 "양측에 어떤 소통이 오가며 역할 분담을 한 결과로 봐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늑대는 원래 다양한 높낮이로 울부짖어 멀리 떨어진 동료와 원활하게 소통한다"며 "우리 발견은 늑대가 울음소리 없이도 동료의 의중을 파악하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암컷 늑대가 눈으로 신호를 보냈고 수컷이 이를 파악해 협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두 개체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신호가 오갔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조사 관계자는 "둘 사이에 신호가 오간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아직 모른다"며 "늑대는 야생에서 동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오래전 깨달았고, 장애물을 발견할 때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