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이 피라미드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생각돼 온 사라진 나일강 지류의 흔적이 처음 발견됐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는 규모나 축조 기술 면에서 다른 문명의 것을 초월하며, 많은 수수께끼를 품어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CW) 지질학자 에만 고네임 박사 연구팀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소개됐다.

거대한 피라미드 건설에는 나일강의 지류 또는 운하의 물이 동원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피라미드 건설 당시 현장 감독의 일기에도 이 사실이 적혀 있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지류의 흔적은 사라져버렸다.

이집트 피라미드 하면 떠오르는 카프레 파라오의 피라미드. 앞쪽에 유명한 기자의 대스핑크스가 보인다. <사진=pixabay>

에만 박사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대부분은 나일강 서안의 사막지대 가장자리에 흩어져 있다"며 "이들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근의 강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집트에서 나고 자란 에만 고네임 박사는 피라미드 축조에 사용된 나일강 지류 발견에 공을 들여왔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2년 인공위성이 촬영한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 사진을 분석해 나일강 지류의 희미한 흔적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위성 사진에 표시된 현지를 답사해 퇴적물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했다. 2년여의 작업 결과 고대에는 이 지역에 피라미드 건설에 쓸 지류가 존재했음을 확인했다. 박사는 지류에 아랍어로 피라미드를 의미하는 아흐라맛(Ahramat)을 붙였다.

에만 고네임 박사 연구팀이 재구성한 나일강 지류. 하늘색 점선이 새로 발견된 아흐라맛 지류다. <사진=UNCW 공식 홈페이지·에만 고네임>

에만 박사는 "우리가 작성한 나일강 유역의 지도를 보면, 빨간색과 녹색으로 표시된 동그라미 표시가 피라미드"라며 "파란 선은 현재 나일강, 하늘색 실선은 우리가 발견한 아흐라맛 지류, 하늘색 점선은 이 지류의 예측되는 유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퇴적물 분석 결과 아흐라맛 지류는 적어도 멤피스를 수도로 정한 이집트 제3왕조(기원전 2686년~기원전 2613년)부터 테베가 수도였던 이집트 제13왕조(기원전 1802년~기원전 1649년)까지 우리가 그린 유로를 타고 흘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나일강의 흐름 자체가 플레이트 텍토닉스 등 지각 운동에 의해 동쪽으로 틀어졌고 사막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모래가 유입되면서 아흐라맛 지류는 아주 오래전 말라버렸다고 결론 내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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