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엔셀라두스)에 지구와 같은 열수 분출공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됐다. 열수 분출공은 지열로 따뜻해진 해수가 분출하는 해저의 굴뚝으로, 미지의 생명체들이 모여 생태계를 형성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 나지르 카와자 박사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에서 엔켈라두스의 열수 분출공 존재를 시사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했다. 엔켈라두스는 지표면을 덮은 두꺼운 얼음 아래 광활한 바다가 있다고 여겨지는 천체다.

나지르 박사는 "열수 분출공이 존재하는 열수역은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기 때문에 생명체 출현이 가능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며 "지구 곳곳의 열수 분출공 주변에서도 많은 생물이 활동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구 밖의 행성이나 위성에서 열수 분출공이 확인되면 그 천체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다시 말해 열수 분출공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바이오 시그니처(생명체 존재 지표)"라고 덧붙였다.

엔켈라두스의 얼음층을 뚥고 나오는 거대한 수증기 기둥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지름 약 500㎞인 엔켈라두스의 지표면은 최대 약 30㎞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는 위성 전체에 걸쳐 내부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밝혀냈다.

특히 '카시니'는 엔켈라두스의 남극 상공에서 얼음 입자가 섞인 수증기 분출 과정을 촬영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2018~2019년 이 데이터를 분석한 나지르 박사는 최근 '카시니'의 데이터를 재분석, 열수 분출공의 존재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박사는 "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카시니'의 저해상도 측정 장비가 기록한 것들로, 엔켈라두스의 내부 바다가 추측대로 유기 분자로 채워져 있음을 보여준다"며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몰랐던 유기 분자는 열수 분출공을 포함한 열수역의 존재와 바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시니'의 우주 먼지 분석기(CDA)는 초당 최대 20㎞의 상대속도로 이동하는 먼지와 엔켈라두스 얼음 입자를 분석한다"며 "입자가 고속 충돌하면 물질은 기화되고 내부 분자는 분쇄되며, 파편은 전자를 잃고 양으로 대전(이온화)해 음으로 대전된 전극에 이끌린다. 파편이 가벼울수록 전극에 빨리 도달하므로 모든 파편의 이동시간을 측정하면 유기 분자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라파고스 확산 센터(GSC) 인근 해저에서 새로 발견된 열수 분출공 <사진=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카시니'가 검출한 엔켈라두스 열수역과 최대한 비슷한 파라미터를 설정했다. 온도는 80~150℃, 압력은 80~100bar(바)로 지구 표면의 약 100배로 설정하고 시뮬레이션했다. 이후 모든 생명의 기반이 되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 아미노산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했다.

아미노산 사슬은 가혹한 상황 하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징적인 변화를 보였다. 나지르 박사는 "시뮬레이션한 열수역 반응에 의해 야기됐다고 보이는 특징적인 시그널을 파악했다"며 "아미노산 사슬의 특징적인 변화는 실험 장치 내에 재현된 열수 분출공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으로 '카시니'의 엔켈라두스에 열수역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증거를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곧 이 위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더욱 높인 결과라고 나지르 박사는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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