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달의 표면 온도를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의 환경 변화가 달에 주는 영향은 전부터 조사됐지만 감염병에 의한 달의 표면 온도 저하는 전례가 없다.

인도 물리학연구소(PRL)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PRL 천체물리학자 두르가 프라사드 박사 연구팀은 지구조(지구 표면과 구름에서 반사된 태양광이 달의 어두운 부분을 희미하게 밝히는 것)의 감소가 달 표면 온도를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두르가 박사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 탓에 사람들은 감염의 급격한 확대를 막기 위한 록다운을 장기간 실시했다. 이 영향으로 사람의 이동이 멈췄고 경제 및 산업 활동도 위축됐다"며 "록다운은 자동차나 공장 가동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등 지구 전체의 환경 변화를 일으켰다. 급기야 달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각국이 내린 록다운 정책이 달의 표면 온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세계 대부분 국가가 록다운을 시행한 2020년 4월부터 5월까지 1개월간 달의 야간 지표면 온도가 8~10℃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감소로 지구조가 약해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두르가 박사는 "야간에 달에서는 지구로부터 빛이 닿는 지구조가 발생한다. 코로나19 록다운 당시 지구로부터 빛이 감소하면서 달의 야간 표면 온도가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 연구는 달의 표면 온도가 지구 자체보다 지구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실가스는 태양광에 포함된 적외선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의 일부를 장파장의 빛으로 우주에 방출한다. 에어로졸은 태양광 단파장의 빛을 반사한다. 두르가 박사는 "록다운 시기의 계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 온실가스나 에어로졸의 배출량이 측정 가능한 값으로 감소한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017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달 표면 6개소의 야간 표면온도 변화표. 록다운이 가장 엄격했던 2020년 4~5월 온도 저하가 나타났다. <사진=두르가 프라사드>

그는 "달에는 대기가 없고 자전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표면에 닿는 빛의 양의 변화는 지구 이상으로 심한 표면 온도 변화로 연결된다"며 "지구에서는 아무리 극단적인 장소라도 밤낮의 온도차는 수십 ℃에 머무르는 반면, 달의 낮 표면온도는 120℃, 야간 표면온도는 -170℃로 300℃ 가까운 변화를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달의 야간 표면 온도가 생각보다 지구로부터 빛 방사량의 변화에 민감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향후 지구 환경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달 표면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안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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