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적도 부근에 자리한 올림푸스 산에 서리가 내린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올림푸스를 비롯한 화성의 산에는 물이나 수증기로 인한 서리가 생길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행성물리학 연구팀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의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도 소개됐다.

브라운대 아도마스 밸런티나스 교수는 "화성은 과거 생명체 존재에 중요한 물이 존재했고, 지표면의 물이 사라진 지금도 지하에 얼음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새로운 연구에서 태양계 최대의 화산이기도 한 올림푸스 및 부근의 산에 서리가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이 유럽우주국(ESA)의 가스 추적 궤도선(TGO) 및 마스 익스프레스의 화성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한 시뮬레이션 이미지. 올림푸스 산정에 광범위한 서리가 끼어 있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올림푸스 산은 화성의 적도 부근에 펼쳐진 타르시스 지역에 자리하며, 지표면으로부터 약 2만7000m의 높이를 자랑한다. 부근에는 아스크라이우스, 파보니스, 아르시아 등 타르시스 화산군이 분포한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는 화성 탐사선 가스 추적 궤도선(trace gas orbiter, TGO)의 방대한 관측 정보를 분석하던 중 서리를 확인했다.

아도마스 교수는 "TGO의 컬러 스테레오 표면 영상 시스템(CaSSIS)이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 약 3만 장을 조사한 결과, 올림푸스 산과 부근의 세 화산 정상에 물로 말미암은 서리가 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화성의 적도 부근에 자리한 올림푸스 산과 그 주변부 타르시스 지역의 세 화산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교수는 "이 화산들의 서리는 TGO에 탑재된 분광계 및 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 정보를 통해서도 교차 검증됐다"며 "화산 정상이나 칼데라에 내리는 서리는 아주 얇게 형성되며, 일출 전후 태양열로 증발할 때까지 불과 몇 시간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서리의 층 자체는 매우 얇지만 범위가 상당히 넓어 전체 수분량은 약 1억1100만ℓ로 추측했다. 이는 올림픽 경기가 가능한 국제 규격 수영장 60개 분량에 해당한다.

아도마스 교수는 "화성 적도 부근에서 서리를 발견한 첫 사례인 우리 연구는 학자들이 생각해온 화성의 기후 역학에 물음표를 던진다"며 "화성은 희박한 대기 탓에 대기압이 낮고 일조 조건도 지구와 달라 산정 부근도 평원과 기온 차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고, 당연히 고도가 높아도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지적했다.

마스 익스프레스의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 촬영 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올림푸스 산 정상의 서리 이미지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각 화산의 정상 부근이나 칼데라를 지나는 공기 순환이 추운 아침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시원한 기후를 조성한다고 추측했다. 고대 화성에는 화산에 강수나 강설이 활발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며, 이번 발견은 아주 먼 옛날 화성의 기후 사이클의 자취일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도마스 교수는 "이번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화성의 적도 부근에서 서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컴퓨터 모델을 제작할 것"이라며 "화성의 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거나 화성의 복잡한 대기 역학을 이해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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