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한 작은 구멍 등 집합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환공포증(트라이포포비아, trypophobia)이 인터넷에 의해 증폭 또는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에식스대학교 심리학자 제프 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환공포증이 일상적인 인터넷 사용으로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공포증은 작은 홈이나 알갱이가 촘촘한 벌집, 연꽃 같은 식물의 구멍 등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 공포증이 과학 문헌에 첫 등장한 것은 2013년이며, 중국에서 지난해 진행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는 17.6%가 환공포증으로 확인됐다.

환공포증은 벌집, 식물, 심지어 탄산음료의 거품이나 스펀지의 무수한 구멍에 불쾌감을 느낀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19~22세 피실험자 289명을 모아 새로운 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피실험자가 환공포증인지 알아본 뒤, 이 공포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어디서 관련 정보를 입수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환공포증을 가졌다는 피실험자의 약 4분의 1은 지금까지 해당 공포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부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환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거에 환공포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피실험자는 64%였다. 이 경우 해당 공포증일 가능성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제프 콜 교수는 "이는 환공포증이 여타 공포증과 비교해 인터넷 등을 통한 사회적 학습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환공포증은 인터넷 밈(internet meme)이 되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그는 "공포증을 사회적으로 학습하는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며, 뱀이나 거미 같은 기타 공포증도 환공포증과 비슷한 이유로 흔하게 발병한다"면서도 "다만 환공포증은 온라인으로 더욱 빠르게 퍼지고 유행하는 밈이 되기 때문에 인터넷의 영향으로 발병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환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연속되는 작은 구멍이나 알갱이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내렸다. 제프 콜 교수는 "전에는 환공포증 증상을 자각하지 못했던 이들도 인터넷 밈을 통해 그 정체를 알게 되고, 자신도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환공포증은 인터넷을 통한 증후군의 빠른 확산을 보여주는 특이한 예로서 연구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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