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의 입구'로 불리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바타가이카 크레이터(Batagaika crater)'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크레이터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 자리한 덕에 지구의 50만 년 분량의 역사를 간직한 고생물의 보고로 여겨진다.
러시아 북동부 사하공화국의 야쿠츠크 멜니코프 영구동토연구소는 2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시베리아 얼음층이 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바타가이카 크레이터'가 확장 중이라고 발표했다.
'바타가이카 크레이터'는 1940년대 출현했다. 원래 시베리아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얼음층이 일시적으로 녹았다가 다시 얼면서 영구 동토의 특성을 유지했다. 다만 1900년대 초부터 이어진 무분별한 삼림 벌채로 이 사이클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함몰 지구 '바타가이카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연구소는 축구장 약 145개 면적과 맞먹는 '바타가이카 크레이터'를 이달 초부터 중순에 걸쳐 드론으로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는 '저승의 입구'가 전과 달리 빠르게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구멍의 확대는 영구 동토가 하루가 다르게 녹아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바타가이카 크레이터'는 얼음에 갇혔던 8000년 전 들소가 발견되는 등 수많은 고생물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며 "애초에 온난화의 영향으로 생긴 이 구덩이는 인간의 욕심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바타가이카 크레이터'의 확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도 경고한 바다. NASA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는 이달 7일 인공위성으로 잡은 '바타가이카 크레이터' 사진을 공개하고 지름 약 1㎞, 깊이 약 85m의 구덩이가 점차 깊고 넓어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NASA는 러시아가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 2.5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현지인들은 이런 영향으로 '바타가이카 크레이터'가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30m나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NASA 관계자는 "러시아는 국토의 약 65%를 차지하는 영구 동토가 펼쳐진 툰드라가 녹을 정도로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며 "심각한 온난화로 이미 러시아 북부 및 북동부 가옥이 파손되고 도로가 뒤틀리며 주요 자원이 파이프라인이 흐트러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