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즐기는 남성이 많은 국가일수록 성평등 수준이 높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23개국 2만802명의 고기 소비와 사회·경제 발전 수준의 관계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고기를 얼마나 먹는지 보여주는 온라인 조사 플랫폼 'Cint'를 통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연합(UN)이 2022년 발표한 '2021년 인간개발지수(HDI)', 세계경제포럼이 같은 해 내놓은 '글로벌 젠더 갭 지수(GGGI)'도 들여다봤다.

육류를 선호하는 남성이 많은 국가는 성평등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Cint' 설문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의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23개국 중 남녀 고기 소비량이 거의 같은 국가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3개국 뿐이었다.

고기 소비량의 남녀 차이가 가장 컸던 곳은 독일, 아르헨티나, 폴란드, 영국으로, 성평등과 사회·경제 발전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이었다. 한편 남녀를 합한 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은 태국이었다. 중국과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 관계자는 "문화나 국가를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고기를 선호하기 쉽다는 가설이 있다"며 "원시부터 남성은 우수한 사냥꾼이어야 했고 사회 속에서 사냥의 성과인 고기의 맛을 중시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 폴란드, 영국은 남성의 육류 소비량이 많은 국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진=pixabay>

이어 "성평등이 진행되거나 사회가 발전함으로써 여성은 섭취하는 식재료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며 "고기 소비 경향에 대해 밝힌 이번 연구는 고기 소비량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는 향후 대처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사회나 경제가 발전하는 나라에서는 원래부터 무엇을 먹을지 선택지가 풍부하기 때문에 식물 기반의 대체육이나 배양육의 소비를 장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는 축산업이나 경제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고 환경의식도 낮기 때문에 대체육이나 배양육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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