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펼친 길이가 5m에 육박하는 1억 년 전의 거대한 익룡 화석이 호주에서 처음 발굴됐다.

호주 커틴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18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1억 년 전 포식자로 생태계 정점에서 군림한 익룡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Haliskia peterseni)를 소개했다. 이들의 조사 내용은 지난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먼저 소개됐다.

할리스키아는 호주의 초기 백악기 지층에서 나오는 멸종한 익룡들의 총칭이다.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화석은 2021년 11월 호주 퀸즐랜드 주 리치먼드 근교의 에로망가 분지에 잠들어 있었다. 아보카도 농사를 짓다 박물관 학예사로 전직한 남성 케빈 피터슨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화석을 분석한 연구팀은 그간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임을 확인했고, 최초 발견자 이름을 붙여줬다.

아티스트가 화석을 토대로 완성한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상상도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Gabriel N. Ugueto>

커틴대 고생물학자 아델 펜틀런드 박사는 "1억 년 전 백악기 호주 북동부의 대부분은 내륙까지 바다에 잠겨 있었다"며 "당시 상공에는 날개를 펼칠 경우 5m에 달하는 거대한 익룡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가 그 위를 날아다녔다"고 전했다.

이어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화석은 지금껏 호주에서 나온 익룡 화석 중 가장 온전하다"며 "이 거대한 익룡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에로망가 해상을 자유롭게 날며 수많은 수생생물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케빈 피터슨이 발굴한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 화석은 전체 골격의 약 22%다. 날개 길이는 끝에서 끝까지 4.6m, 몸통 길이는 그 절반 이하로 여겨진다.

박물관 학예사가 2021년 최초로 발견한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 화석 <사진=아델 펜틀런드>

아델 박사는 "22%는 별것 아닌 듯해도 익룡 화석 치고는 상당한 양"이라며 "익룡 화석은 어느 대륙에서나 발견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공룡에 비하면 수가 훨씬 적다. 하늘을 날도록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진화 때문에 날개뼈 속이 비고 약해 화석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생물학자들이 온전한 익룡 화석을 얻기란 상당히 어렵다. 예외적으로 조건이 좋은 장소에서나 이번처럼 잘 보존된 익룡 화석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짓눌려 파손되다 보니 익룡 화석의 대부분이 해당 종의 유일한 표본이다.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화석은 호주에서는 두 번째 발견된 익룡 골격이다. 최초의 익룡과 비교하면 뼈 화석의 양은 최소 2배다. 온전한 아래턱을 비롯해 위턱 끝부분과 이빨 43개, 척추, 갈비뼈, 양쪽 날개뼈, 다리의 일부 등 신체를 재구성하기 충분한 표본이다.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화석을 분석하는 아델 펜틀런드 박사 <사진=아델 펜틀런드>

아델 박사는 "표본 분석 결과 화석 주인은 성체로 판단된다"며 "탄탄한 근육질의 혀를 받치는 강인한 아래턱뼈를 비롯해 위아래가 잘 맞물리는 원뿔 모양의 이빨들은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가 오징어, 문어, 생선 등 주로 수생생물을 잡아먹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까지 호주에서 발굴된 익룡들은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사냥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할리스키아 페테르세니의 긴 혀와 이빨은 빠르게 수면에 접근해 헤엄치는 물고기를 손쉽게 물어 올리기 딱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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