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오징어보다 몇 배는 큰 알을 품은 심해 오징어가 극적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해양생물학자들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만 2566m 수심에서 원격 조종 잠수정(ROV)이 촬영한 심해 오징어가 신종일 수 있다고 21일 발표했다.

ROV에 탑재된 카메라가 잡은 심해 오징어는 암컷으로 대략 40개의 알을 품고 헤엄치고 있었다. 알이 일반 오징어보다 3~4배는 커 신종으로 보인다는 게 MBARI 해양생물학자들의 의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만 심해 2566m에서 무인 잠수정이 포착한 오징어. 신종으로 보이며, 알의 크기가 상당하다. <사진=MBARI 공식 홈페이지>

MBARI 관계자는 "심해는 햇빛이 닿지 않아 보통 방법으로는 관찰이 어렵다"며 "산소나 먹이가 한정된 어둡고 차가운 심해 생태계는 인간이 직접 관찰하기 어려워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두족류 십완목을 대표하는 오징어는 대체로 낳은 알이 물에 부유하게 놔두거나 바위에 붙이기만 할 뿐 스스로 품지는 않는다"며 "포란은 상당한 중노동인 데다 천적의 습격에 대응하기 어렵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부화가 끝나면 어미가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MBARI는 포란한 심해 오징어가 태평양에 서식하는 갈고리흰오징어과(Gonatidae)의 동료로 보이며, 신종일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종보다 알이 큰 것은 심해 생활에 적응한 결과라고 학자들은 추측했다.

수천 개나 되는 알을 끌고 헤엄치는 심해종 고나투스 오닉스. 이번에 MBARI가 발견한 오징어와 알의 크기 및 양의 차이가 심하다. <사진=SOI 공식 인스타그램>

MBARI 관계자는 "이번에 목격된 오징어는 보통 수천 개의 알을 낳는 오징어와 달리 불과 40여 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며 "작은 알을 대량으로 낳는 것은 심해에서 번식하기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오징어 암컷이 포란한 상태에서 카메라에 잡힌 사례는 또 있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는 올해 1월 공식 SNS를 통해 코스타리카 카발리토 심해에서 포착된 클로드 암훅 오징어(Clawed armhook squid)를 소개했다.

갈고리흰오징어과인 이 오징어의 학명은 고나투스 오닉스(Gonatus onyx)로, 카메라 속 암컷은 3000개나 되는 알 덩어리를 품고 있었다. 당시 학자들은 산소량이 극단적으로 적은 장소에서 오징어가 목숨을 걸고 수개월간 포란하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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