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밝은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GRB)의 정체가 평범한 초신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GRB는 머나먼 우주에서 관측되는 아주 강력한 감마선 복사를 말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이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한 감마선 폭발 'GRB 221009A'의 잔광 분석 결과 일반 초신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2022년 10월 19일 관측된 'GRB 221009A'는 천문학 역사상 가장 밝은 GRB로 기록됐다. 그전까지 가장 밝은 우주 폭발 현상은 지구에서 약 80억 광년 떨어진 'AT2021lwx'였다. 

조사 관계자는 "길게는 몇 개월간 망원경으로 관측되는 초신성과 달리 'GRB 221009A'의 섬광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왜 이렇게 밝은지 논란이 여전한데, 기존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2022년 10월 관측된 감마선 폭발 GRB 221009A. 역사상 가장 밝은 GRB로 기록됐지만 실체는 평범한 초신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노스웨스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Aaron M.Geller>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GRB 221009A'의 잔광을 통해 그 정체를 추적했다. 이 감마선 폭발이 발견된 168일 후와 170일 뒤 잔광이 최대한 어두워진 때를 골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살폈다.

그 결과 초신성 폭발과 관련해 볼 수 있는 산소, 칼슘, 니켈 등 원소의 존재를 나타내는 빛(근적외선 흡수 및 방사 스펙트럼)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빛에는 다른 초신성과 비교해 눈에 띄는 특징은 없었다. 즉, 역사상 가장 밝은 GRB의 정체는 의외로 평범한 초신성 폭발이었다.

다만 초신성 폭발은 철보다 훨씬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는데, 'GRB 221009A'에서는 이런 원소가 검출되지 않아 새로운 수수께끼가 떠올랐다. 연구팀은 'GRB 221009A'의 근원이 된 항성은 무거운 원소가 적으며 고속으로 자전하고 있다는 특징도 알아냈다.

제미니천문대가 촬영한 GRB 221009A <사진=미국과학재단(NFS) 국립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GRB 221009A'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으로도 다 잡아내지 못할 정도였다"며 "GRB와 무관한 우주방사선 및 태양풍 검출 장치가 반응을 보일 만큼 지구 대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GRB 보다 수십 배나 밝았던 'GRB 221009A'는 'BOAT(Brightest Of All Time)'라는 애칭이 붙었다"며 "이런 극단적인 GRB가 지구에서 관측되는 것은 1만 년에 한 번 정도이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났어도 밝기의 원인을 풀기 위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RB이 발생하는 이유를 둘러싸고 학자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태양보다 무거운 항성이 수명을 다하는 초신성과 관련됐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감마선 폭발의 에너지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같은 세기일 경우 항성 질량을 모두 에너지로 변환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빛을 한곳에 집중하는 손전등처럼 에너지 방출 방향을 좁힌 현상으로 여겨진다.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이 포착한 GRB 221009A의 섬광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GRB 221009A'가 너무 밝은 관계로 암흑 물질의 붕괴처럼 물리학의 틀을 뛰어넘는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며 "이론이나 시뮬레이션의 범위를 벗어난 감마선 폭발은 관측이 어렵지만 잔광 측정을 통한 연구는 가능해 그 정체를 언젠가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역사상 가장 밝은 GRB의 정체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통의 초신성이라면 검출돼야 할 무거운 원소가 없어 연구팀의 고찰이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부 학자는 ▲초신성 폭발로 인한 무거운 원소는 그간의 가설보다 훨씬 적다 ▲관측에 오류가 있어 'GRB 221009A'의 무거운 원소 신호를 잡지 못했다 ▲관측 결과 해석에 오류가 있어 무거운 원소 신호를 놓쳤다 등 세 가설을 제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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