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백질 생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지방세포를 칼로리를 태우는 세포로 전환하는 방법이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브라이언 펠드먼 교수 연구팀은 여분의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세포를 지방을 태워버리는 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최근 공개했다.

인간 등 포유류의 지방세포는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지방세포와 지방을 연소하는 갈색지방세포, 두 가지 성질을 가진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나뉜다. 사람의 경우 갈색지방세포로 구성되는 갈색지방조직(BAT)은 생후 1년 만에 소멸하지만 베이지색지방세포는 백색지방세포와 함께 백색지방조직(WAT)에 남는다.

브라이언 교수는 "인체는 추위나 식생활에 따라 백색지방세포를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바꾼다"며 "비만치료 전문가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베이지색지방세포를 분화, 그 변화 과정을 재현해 비만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LF15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지방세포를 칼로리 연소 세포로 전환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사진=pixabay>

교수는 "다만 줄기세포 자체가 희귀하다 보니 관련 연구는 많이 진척되지 못했다"며 "우리는 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고 백색지방세포를 베이지색지방세포로 직접 변화시키는 방법을 여럿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이전 실험에서 'KLF15' 단백질이 지방세포의 기능과 관련됐음을 알아낸 연구팀은 이번에 지방세포의 종류와 'KLF15'의 관계를 더 깊이 조사했다. 평생 갈색지방세포를 갖고 사는 쥐를 조사한 결과, 백색지방세포 속 'KLF15'의 양은 갈색지방세포나 베이지색지방세포보다 약 75%나 적었다.

연구팀은 이를 단서로 'KLF15'를 만들 수 없는 쥐를 번식시켰다. 그러자 쥐의 백색지방세포가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변화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교수는 "지방세포가 다른 형태로 변화하거나 'KLF15'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방의 기본 설정이 백색지방세포에서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변했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사람 지방세포를 배양하고 칼로리 연소를 자극하는 약물 이소프로테레놀을 첨가했다. 그 결과 WAT에서 생성되는 'KLF15'가 절반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ADRB1'과 'ADRB2' 'ADRB3'로 구성되는 아드레날린 수용체 중 'KLF15'가 영향을 주는 것이 'ADRB1'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일반 백색지방세포(왼쪽)와 KLF15 결손으로 베이지색지방세포가 섞인 백색지방세포 <사진=UCSF 공식 홈페이지·브라이언 펠드먼>

브라이언 교수는 "학자들은 그간 'ADRB3'를 자극하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을 인간에 투여하는 비만 실험 결과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며 "쥐의 갈색지방을 활성화한 것은 'ADRB3'인 것과 달리 인간은 'ADRB1'이기 때문에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번 실험은 'ADRB3'가 아닌 'ADRB1'을 표적으로 삼은 비만 치료제가 효과적이고, 식욕이나 혈당치를 억제하는 현재의 살 빼는 약이나 체중 감량 주사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런 약물은 뇌가 아닌 지방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없고 지방세포 수명이 길기 때문에 효과도 오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단백질 생성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백색지방세포를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연구팀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 백색지방세포를 베이지색지방세포로 바꾸는 작업이 의외로 간단함을 알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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