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형제가 악어가 우글대는 수로를 건너는 극적인 상황이 관찰 카메라에 잡혔다. 사자 형제가 건넌 거리는 일반 사자의 10배에 달하는 1.3㎞로 확인됐다.

호수 그리피스대학교 생태학자 브라츠코브스키 교수 연구팀은 10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천적들이 들어찬 위험천만한 수로를 1.3㎞나 건넌 사자 제이콥과 티부 형제의 사연을 전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우간다 에드워드와 조지 등 두 호수를 연결하는 카징가 수로 위에 드론을 띄우고 야간에 두 사자의 생태를 관찰했다. 드론이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는 놀랍게도 제이콥과 티부가 사력을 다해 물을 건너는 상황이 담겼다.

암컷과 짝짓기를 위해 평소의 10배 넘는 거리를 헤엄친 티부(왼쪽)와 제이콥.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제이콥의 왼쪽 뒷다리는 덫에 걸려 일부가 잘려나갔다. <사진=그리피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당시 사자들이 건넌 수로는 악어와 하마가 가득하다. 더욱이 형 제이콥은 밀렵꾼이 놓은 덫에 뒷다리 일부를 잃은 불구였다. 그럼에도 제이콥과 티부는 네 차례나 시도한 끝에 강을 무사히 건너는 데 성공했다.

브라츠코브스키 교수는 "사자는 밀림의 왕이지만 악어와 하마가 득실대는 물에서는 힘을 제대로 못 쓴다"며 "다리가 성치 않은 제이콥이 티부와 건넌 1.3㎞는 일반적으로 사자가 헤엄칠 수 있는 거리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이콥과 티부를 8년이나 관찰했지만 이번처럼 극적인 상황을 목격한 적은 없었다"며 "장애를 딛고 악어와 하마가 밀집한 수로를 용감하게 건넌 것은 위기를 헤쳐나가는 사자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두 사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수로를 건넌 이유도 주목했다. 브라츠코브스키 교수는 "형제는 암컷과 짝짓기를 위해 모험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은 이유가 있을 때만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제이콥과 티부는 자손을 남기기 위해 수로를 건넜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형제가 서식하는 퀸 엘리자베스 국립공원 내에서는 암컷을 둘러싼 수컷 사자들의 싸움이 치열하다"며 "이들은 5년 만에 사자를 절반으로 줄인 악질적인 밀렵꾼의 눈을 피해 자손을 늘리려 도박을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드론 영상에는 수로를 건너기 몇 시간 전 제이콥과 티부가 암컷을 둘러싼 싸움에서 패하는 상황이 담겼다. 연구팀은 밀렵꾼들이 사자 외의 야생 동물의 생태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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