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스트레스는 개에게도 악영향을 줘 보다 비관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후각이 발달한 개가 주인의 스트레스를 냄새로 감지한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 입증됐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동물행동 연구팀은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스트레스는 본인은 물론 곁에 있는 개의 감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조사 관계자는 "개들은 인간의 스트레스를 후각으로 감지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는 주인의 스트레스를 감지한 개들이 비관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고 학습 능력까지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주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반려견의 학습 능력이나 감정에도 비관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주인과 반려견 총 18쌍을 모집해 실험에 나섰다. 먼저 개들은 맛있는 간식이 담긴 그릇(A)과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그릇(B)이 놓인 장소를 각각 학습했다. 그릇의 위치와 간식의 관계를 기억한 개들은 A 그릇에는 얼른 다가갔지만 B 그릇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연구팀은 A와 B 그릇을 치우고 그 중간 위치에 새 그릇을 놓았다. 애매한 위치에 놓인 그릇에 개들이 다가가면 낙관적, 다가가지 않으면 비관적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주인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땀이나 호흡에 개들이 노출되게 한 뒤 행동을 살폈다.

그 결과 주인의 스트레스 냄새를 맡은 개들은 중간 위치의 그릇에 가기를 꺼렸다. 반대로 주인이 편안할 때 냄새에 노출된 개들은 거리낌 없이 새 위치의 그릇에 접근했다.

후각이 발달한 개는 인간의 감정이나 질병을 냄새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인간의 스트레스 냄새는 '간식은 분명히 거기에 없을 것'이라고 개를 비관적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며 "흥미롭게도 스트레스 냄새가 주인이든 낯선 사람의 것이든 결과는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는 인간의 기분을 읽을 줄 알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발병까지 냄새로 예측하는 영리한 동물"이라며 "우리 연구는 개들이 인간의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받으며, 주인의 스트레스를 습관적으로 감지하면 비관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간의 스트레스가 개의 행복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이번 조사 결과를 인간이 숙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려견 주인들은 물론 수의사나 훈련사 등 전문가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진료나 훈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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