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여러 왕조의 파라오와 비문이 새겨진 암각화가 호수 바닥에서 발견됐다. 이집트의 정치외교, 역사, 문화는 물론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려줄 귀중한 유물로 학계는 평가했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3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달 발굴한 나세르 호수의 수몰된 유물이 아멘호테프 3세부터 프삼티크 3세 치세에 얽힌 다양한 비밀을 풀어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 유물은 이집트 관광유물부와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고고학·역사학자들이 면밀히 조사 중이다. 이집트 도시 아스완 근처의 나세르 호수에 잠든 이 유물은 이집트 제18왕조부터 제26왕조 파라오들의 업적을 품은 것으로 생각된다.
조사 관계자는 "나세르 호수는 나일강을 막는 아스완 하이 댐 건설(1958~1970) 결과 생긴 인공 호수"라며 "1960년대 수위 상승으로 수몰되기 전 많은 고고학 유적을 기록하고 이송했으나 피치 못해 가라앉은 유물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확인한 유물은 위엄 있는 고대 파라오들과 상형문자로 된 비문이 새겨진 바위 조각"이라며 "아스완 지구는 이집트 남쪽 국경에 가깝고 람세스 2세의 거대상이 자리한 아부심벨 신전과 이집트 마지막 신전 필라에 등이 자리해 이집트 인에게는 아주 소중한 장소"라고 덧붙였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는 물에 잠긴 유물들을 특정해 기록하는 작업 과정에서 확인됐다. 발굴팀은 잠수해 유물의 이미지를 수십 장 촬영하고 포토그래메트리 기술로 3D 모델을 만들던 중이었다.
조사 관계자는 "암각화의 주인공은 요절한 투트모세 4세와 역대 파라오 중에서도 명군으로 추앙받는 아멘호테프 3세, 순수 이집트계 최후의 파라오 프삼티크 3세 등"이라며 "제18왕조부터 제26왕조의 주요 파라오와 비문을 새긴 진귀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유물부에 따르면, 암각화는 반세기 넘게 수몰된 것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향후 조사를 통해 암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것으로 관광유물부는 보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이 암각화가 다른 곳으로 운반되기 전 보관된 것으로 추측했다. 아스완에는 대규모 화강암 채석장이 많고, 여기서 깎아낸 유물들이 이집트의 각지로 이동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암각화가 아스완 근교 신전의 일부라는 견해도 있다.
조사 관계자는 "연구가 진행되면 가장 인기 있는 이집트 제18왕조의 치세에 관한 역사가 자세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투트모세 4세나 아멘호테프 3세가 통치하던 시대는 건축이나 예술로 이미 유명하지만, 암각화를 통해 그들의 다른 측면을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