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 신석기시대 유적에 잠들어 있던 젊은 여성은 영향력이 큰 샤먼일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튀르키예 마르딘아르투클루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티그리스 강가 쳄카 호유크 유적 바닥에서 발견된 여성 유골(표본 CH 2019/05)의 정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인골 표본 CH 2019/05는 여러 동물과 함께 묻힌 상태로 발굴됐다. 다각적인 분석을 거친 연구팀은 뼈의 주인이 25~30세 여성이며, 현실과 초자연계를 연결하는 샤먼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튀르키예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여성의 유골 <사진=마르딘아르투클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Ergul Kodas>

조사 관계자는 "여성의 유골은 양과 염소, 산메추라기, 오록스(가축화된 소의 조상)와 함께 매장됐는데 이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1만2000년 전은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시기로 농업 이전임을 감안하면 유골과 나온 동물은 가축이 아닌 야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무덤은 단단하게 봉인됐기 때문에 이들 동물의 뼈가 우연히 섞여 들어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동물들의 뼈는 여성의 몸 여러 부분에 의식적으로 놓인 것 같다. 오록스의 두개골은 가슴 위, 턱뼈는 발밑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기묘한 매장 방법은 무덤의 주인이 샤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여성이 무속 의식을 치른 자들에 의해 매장됐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여성 유골(맨 오른쪽) 및 동물들의 뼈 매장 상태를 각각 표시한 그림 <사진=마르딘아르투클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Ergul Kodas>

조사 관계자는 "먼 옛날 샤먼은 예술행위나 노래, 환각제를 동반한 의식을 통해 정령과 교신하고 공동체를 이끌었다"며 "신석기시대 문화의 대부분은 동물, 식물, 강과 날씨 등 모든 것에 영이 깃들었다고 여기는 애니미즘 신앙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동물은 강력한 영적 존재, 인도자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고 힘, 용기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나타내는 영향력 있는 상징이었다"며 "이런 점에서 CH 2019/05는 샤먼이거나 샤먼들에 의해 매장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샤머니즘 및 애니미즘과 사회 질서, 문화와 관계를 들여다볼 귀중한 자료라고 자평했다. 조사 관계자는 "여성은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대접을 받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여성은 저승의 영과 접촉한 인간으로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고, 오록스의 두개골과 석회암 바닥판은 샤먼의 부활을 막는 봉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