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제우스 두상 조각에 관한 분석이 한창이다. 고고학자 및 역사학자들은 대리석을 깎은 이 두상이 2~3세기 작품이며, 고대 조각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고대 도시 유적에서 나온 제우스 두상이 학자들의 관심 속에 조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높이 약 66㎝의 거대한 제우스 두상은 튀르키예 남서부 아이딘 주 카라카스 지구에 위치한 고대 도시 아프로디시아스 유적에 잠들어 있었다. 아프로디시아스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와 관련된 유물이 출토돼 왔다.
에르소이 장관은 "서기 2~3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거대한 대리석 두상은 아프로디테 신전 서쪽 50m 부근에 묻혀 있었다"며 "현대로 돌아온 전지전능한 신 제우스의 대리석 두상은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하다"고 전했다.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의 주신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로 묘사돼 왔다. 올림포스 신 중에서 최고의 힘과 권위를 가졌고 인류와 신들 모두의 질서를 수호한다.
에르소이 장관은 "멋진 수염을 기른 이 제우스 두상은 아프로디시아스 산의 대리석 덩어리를 조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각상을 연구실로 옮긴 학자들이 대충 세척만 했더니 세세한 부분이 드러날 만큼 보존 상태가 좋고 만듦새 역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장관은 "머리카락과 수염을 묘사한 멋진 조각 솜씨는 당대 최고 실력의 조각가들이 동원됐음을 짐작하게 한다"며 "작품 전체에 흐르는 세련미가 제우스 특유의 위압감과 매력을 잘 표현해 마치 숨 쉬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학자들은 이번 제우스 두상의 발견은 아프로디시아스 조각가들의 높은 기술뿐만 아니라 대리석 조각의 중심지로서 이 고대 도시의 역사적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고대 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진 아프로디시아스는 기원전 3세기 아프로디테 신전이 건설된 지 1세기 뒤에 조성됐다. 인근 채석장의 대리석을 깎아 만든 장인들의 훌륭한 조각이 이 지역의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 여기 조각은 금세 로마제국 전역에 알려졌고, 대리석 품질에 반한 권력자들은 로마 각지에서 실력 있는 조각가를 수소문해 이곳으로 보냈다.
에르소이 장관은 "아프로디시아스는 풍부한 양질의 대리석과 높은 수준의 조각가가 만나면서 예술 도시로서 위상이 대단했다"며 "새로 발굴된 제우스 두상의 연구를 통해 고대 예술과 문화의 중심으로서 아프로디시아스의 면면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