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사람에 한 번 품은 원한을 20년 가까이 기억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까마귀는 자신이 당한 몹쓸 일을 동료들과 공유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야생동물학자 존 마즐루프 교수 연구팀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까마귀는 침팬지, 돌고래, 코끼리와 더불어 지능이 뛰어난 동물로 유명한데, 좋지 않은 기억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들여다본 연구는 많지 않다.

마즐루프 교수는 까마귀의 쓴 기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06년 실험에 나섰다. 누가 봐도 공포감을 불러오는 마스크와 당시 미국 부통령 딕 체니(83)를 본뜬 평범한 마스크를 각각 준비한 교수는 제자들과 무작위로 나눠 쓰고 교내를 돌며 까마귀와 대면했다.

까마귀는 사람에게 겪은 안 좋은 일을 17년간 기억하고 복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 구성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모이를 땅에 뿌렸다. 평범한 마스크를 쓴 이들이 모이를 주자 까마귀들이 모여들었다. 다만 무서운 마스크를 쓴 이들은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까마귀들이 울며 경계했다.

이어진 실험에서 연구팀은 무서운 마스크만 착용하고 교내에서 까마귀 7마리를 포획했다. 해는 가하지 않고 다리에 추적용 태그를 부착한 뒤 바로 놓아줬다.

몹쓸 경험을 한 까마귀들은 무서운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이면 날아들어 쪼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마즐루프 교수는 "까마귀는 동물계 최상위권에 드는 지능을 가졌고 기억력, 사회성도 뛰어나다"며 "아군과 적군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까마귀는 일단 적으로 간주한 대상은 철저히 복수한다"고 설명했다.

까마귀는 좋지 않은 경험을 동료와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ixabay>

그는 "까마귀의 복수는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특징이 이번 실험에서 드러났다. 태그를 부착한 까마귀의 공격은 길게는 17년간, 그러니까 2023년까지 이어졌다"며 "특히 복수에 나선 까마귀가 7마리가 넘는다는 점은 이들이 동료와 좋지 않은 경험을 공유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실험이 까마귀의 지능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까마귀는 딱딱한 호두를 깨기 위해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를 이용하고, 지식과 경험을 계승하는 영리한 동물이다. 고도의 사회성을 지닌 까마귀는 가족이나 동료의 장례를 치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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