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교도소에서는 수감자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 갱생을 유도하는 조치가 취해질지도 모르겠다. 좀처럼 교화되지 않는 범죄자는 사회에 돌아가서도 다시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 교정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멘 출신 분자생물학자 겸 영화 프로듀서 하셈 알 가일리는 범죄자의 뇌에 희생자의 기억을 집어넣는 새로운 갱생 프로그램을 최근 공개했다. 하셈 알 가일리는 우성 요소만 가진 아이를 배양하는 인공 자궁과 사람의 병든 신체를 잘라내고 새 몸을 이식하는 미래형 수술 영상으로 최근 주목받은 인물이다.
하셈 알 가일리가 내놓은 갱생 프로그램은 '매트릭스' 등 SF 영화에서 착안한 인공 기억 이식 시스템 코그니파이(Cognify)다.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을 응용한 코그니파이는 교화가 어려운 죄수에 피해자 기억을 주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코그니파이는 AI에 의해 생성된 갱생 스토리를 수감자의 뇌에 직접 반영한다. 이를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기르고 결과적으로 교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게 하셈 알 가일리의 주장이다.
그는 "윤리적으로 아직 문제가 있는 기술이지만, 수감자에게 희생자 시점의 아픈 기억을 영원히 심어줌으로써 죄로 물든 마음을 교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뇌 스캔을 거쳐 기억과 사고를 관장하는 영역을 매핑하고, 여기에 갱생을 위한 인공 기억을 심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그니파이는 뇌 임플란트 형태로 개발될 것"이라며 "쉽게 말해 수감자의 머리에 전용 디바이스를 설치하고 희생자가 겪은 생생한 고통을 죄수가 주기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사실 코그니파이의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뇌 임플란트를 결합한 초현실적인 가상 체험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하려는 시도가 일부 신경학자들에 의해 진행 중이다.
하셈 알 가일리는 "코그니파이에 의한 인공 기억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까지 조작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자책감이나 후회 같은 감정은 모두 진짜"라며 "비록 만들어진 기억이지만 이로 인한 체험은 실제와 다름없어 교화 효과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그니파이 프로그램과 관련, 일부 학자들은 가짜 기억을 통한 갱생이 수감자의 형기를 단축하고 사회로 돌아가 적응하는 시간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반대로 뇌 임플란트의 오작동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며, 뭣보다 비윤리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